[첫 공개 IFRS 대혼란] '영업' 개념 달라 혼선…기존 회계선 구매ㆍ생산ㆍ판매활동만 vs IFRS는 금융 빼고 모두

혼란 왜 심한가
영업익 표기 의무화 안해
투자자 불만 목소리 커져
국제회계기준(IFRS) 장부에서 느끼는 혼란의 핵심은 무엇이 '영업'인지에 대한 한국과 IFRS 측의 상반된 인식이다.

전통적으로 영업이익을 가장 중시하는 한국투자자들과 달리 IFRS에서는 영업이익 표기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포괄손익계산서에 기재해야 할 11가지 항목에 영업이익이 빠진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혼란을 줄이기 위해 되도록이면 영업이익을 손익계산서에 기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최소한 주석에는 영업이익의 내용과 숫자를 공시토록 회계기준서도 개정했다. 한국투자자들이 기업실적의 바로미터로 삼는 영업이익을 IFRS는 왜 표시하지 않을까. 우리는 구매 생산 판매활동을 영업으로 생각한다. 기업 본래의 비즈니스 영역에서 계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영업인 것이다.

하지만 IFRS는 영업에 조금이라도 관련 있으면 영업으로 분류한다. '기업에서 하는 일 중 영업 아닌 게 어디 있느냐'는 판단이다. 다만 파이낸싱(금융) 활동만 영업에서 제외된다. 빌딩 공장 배 등의 유형(고정)자산 처분손익을 영업이익으로 분류하는 이유다. 특별손익이나 잡손실이 영업이익이 되는 것도 같은 개념이다.

김훈 ㈜LG 재경팀 부장은 "새 회계제도 도입에 맞춰 올바른 정보제공을 위해 외국사례를 많이 조사했지만 유형자산처분이익은 예외없이 영업이익으로 잡는 것을 확인했다"며 "경상적이고 반복적인 것만 영업으로 보는 것은 글로벌 조류와 다른 좁은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IFRS가 원칙중심이기 때문에 시시콜콜 간섭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입장이지만 회계장부를 직접 이용하는 투자자들의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 회계전문가는 "외국에서도 IFRS는 투자자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채권자 중심의 회계장부라는 비판이 많이 제기돼 개정작업이 활발하다"며 "미국과의 회계기준 일치작업에서도 이 같은 개념의 충돌을 조정하는 게 핵심적인 쟁점"이라고 말했다. 혼란을 수습할 곳은 당국뿐이기 때문에 외부여건이 쉽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려는 의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