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도 4000억대 과징금 '불복'

공정위 잇단 '헛발질'
수천억원대의 담합 과징금을 잇따라 부과받은 정유업계도 공정거래위원회와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유사들은 2000년 군납 휘발유 입찰 조작(1901억원),2007년 경질유 담합(526억원),2010년 액화석유가스(LPG) 담합(6689억원) 건 등에 대해 대부분 소송을 냈다. 지난달 26일 원적지 관리 담합으로 4348억원의 과징금을 물린 것에 대해서도 공정위의 의결서를 받는 대로 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법원에서 정유사의 손을 들어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에쓰오일이 경질유 가격 담합 불복 소송에서 승소한 것이 대표적이다,공정위는 2007년 4월 정유 4사를 대상으로 경질유 가격 담합 과징금 526억원을 부과했고,이 중 78억원이 매겨진 에쓰오일이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에쓰오일이 다른 정유사들의 가격 담합 등 부당한 공동행위에 참여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과징금과 시정명령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다"며 공정위의 조사 내용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소송을 통해 과징금이 크게 줄어드는 경우도 많다. 군납 입찰 담합과 관련,당초 475억원의 과징금이 매겨진 현대정유와 인천정유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285억원으로 감액됐다. 에쓰오일도 238억원에서 178억원으로 줄었다.

정유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전시 행정' 성격의 과도한 과징금 부과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무조건 때리고 보자는 식이지만,그나마 법원에서 합리적 판단을 해주는 것이 다행"이라면서도 "물가 인상의 원흉으로 비쳐지고,무혐의로 판명되더라도 폭리를 취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는 여전히 남는다"고 푸념했다. 담합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은 공정위 '전원회의 의결서'를 정식으로 받은 뒤 60일 이내에 과징금을 납부해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과징금은 회계상 영업외 손실로 잡혔다가,후에 승소하면 이자분을 포함해 돌려받는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