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가격은 국세청서 통제…공정위 제재는 재량권 남용"

소주업계 '250억 소송' 판정승
'소주 가격 담합 혐의'로 부과된 25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소주업계 간 벌인 법정 공방은 소주업계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가격 담합은 인정되지만 국가 기관에 의해 사실상 가격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거액의 과징금 부과는 '재량권 남용'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곽중훈 부장판사)는 2일 진로 보해양조 등 9개 소주업체가 가격 담합에 대한 시정명령 등을 취소해 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가격 담합은 위법하지만 국세청이 소주 제조사에 대해 사전 승인적 가격통제를 하는 이상 그 담합은 느슨한 가격담합"이라며 "비난 가능성 내지 제재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소주시장에서는 가격경쟁이 일반 시장에 비해 상당히 제한돼 있고 이러한 경쟁 왜곡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에 의한 것임을 고려할 때 공정거래법 위반의 내용 및 정도가 중대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체들이 가격 인상 전후로 모임을 갖고 공동행위를 했다는 점에 있어 느슨한 담합이라고 볼 수 있으나 이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공정위의 과징금 납부명령은 그 재량권을 벗어나거나 남용했다"고 명시했다.

소주업체들은 과징금 부과 취소 판결에 안도하면서도 법원이 가격 담합을 인정한 데 대해서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소주업체들은 2007년 5월과 2008년 12월~2009년 1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출고가격을 인상한 것과 관련해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할 때부터 '무죄'를 주장해 왔다. 업체들은 지난해 공정위가 '가격 담합'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하자 즉시 행정소송을 냈다. 소주업체들은 당시 "가격 인상은 국세청의 행정지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소주업계가 담합을 통해 가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심성미/송태형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