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총재는 어떤 자리인가] 차기 총재 판세는…'66년 독식' 유럽에 신흥국 첫 도전

● 글로벌 워치

라가르드 佛재무 독주 속 멕시코 카르스텐스 '도전장'
사공일도 유력후보로 거론
국제통화기금(IMF) 66년 역사상 처음으로 총재직을 놓고 유럽 대 신흥국 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과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 두 사람이다. 트레버 매뉴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재무장관도 다크호스로 거론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라가르드 장관이 꼽힌다. 그는 지난달 25일 출마 선언 이후 "비유럽 출신 총재직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신흥국을 잇따라 방문해 설득작업을 벌이는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라가르드 장관은 지난달 30일 IMF 총재직 경선과 관련해 유럽 출신 선출 관행을 소리 높여 비판했던 브라질을 첫 방문국으로 선택했다. 라가르드 장관은 브라질에서 "IMF에서 신흥국의 역할을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IMF 개혁을 명분으로 신흥국 끌어안기에 나선 것이다. 그는 이어 오는 6일엔 인도,8일 중국을 방문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도 다음 행선지로 정했다.

'브릭스(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한 축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라가르드 출마는 수용할 만하다"며 사실상 지지 의사를 보였다. IMF 내 최대 지분을 보유한 유럽이 한목소리로 라가르드를 지지하는 가운데 프랑스 정부의 '바람잡기'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은 "영국,독일 같은 유럽국가뿐 아니라 미국,러시아,캐나다,일본 등 주요 8개국(G8)이 라가르드를 만장일치로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가르드에 '신흥국 대표'로 도전장을 내민 것은 카르스텐스 총재다. 2006년까지 IMF 부총재를 지낸 그는 글로벌 금융계에 라가르드 못지않은 인맥을 구축한 데다 멕시코의 물가 및 경제안정에 기여했다는 업적을 기반으로 대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카르스텐스 총재 역시 출마 후 첫 방문지로 브라질을 선택했다. 다만 신흥국들이 차기 IMF 총재 후보를 단일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매뉴얼 전 장관도 신흥국 유력 후보로 자주 거론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그동안 IMF의 행보를 비판해온 매뉴얼 전 장관이 개도국 대변자로서 지지세를 넓혀가며 유력 차기 IMF 총재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공일 무역협회장의 깜짝 선전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달 워싱턴포스트 등에서 차기 IMF 총재 후보로 사공 협회장이 거론된 데 이어 미국 와튼스쿨 등이 발표한 성명서 등에도 유력후보로 언급됐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