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관예우는 관료 공화국의 결과일 뿐

정부가 어제 발표한 전관예우 근절책은 고위공직자가 퇴직 후 민간 취업을 제한하는 다각적인 규제책을 담고 있다. 퇴직 후 1년간 관련 분야에 취업을 못하게 하고,청탁 · 알선을 금지했다. 또 대형 로펌과 회계법인으로 옮기는 것도 심사를 받게 하고,경력세탁 금지기간은 퇴직 전 5년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정을 고려한 끝에 내린 고육책이었을 것이다.

법조 · 관료사회가 여전히 전관예우를 미풍양속으로 여기는 풍토에선 강력한 근절책을 시행하는 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무조건 취업 불가식의 대책은 비록 명분은 뚜렷해도 여러가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어 적지않은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관(前官)은 나랏돈으로 키운 전문인력이란 점에서 민간부문에 못가게 하는 것만이 능사가 될 수는 없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또 다른 편법과 우회경로를 만들 수도 있다. 청탁 · 알선 금지방안도 일일이 사적 대화까지 가려내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무리한 측면이 있다. 전관예우 근절의 근본대책은 전관들의 장사 밑천인 모호한 법과 거대한 규제의 그물망을 제거하는 데서 찾아야 마땅하다. 모호하기 짝이 없는 법조문과 유권해석이 난무하는 상황에선 전관에 대한 수요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투명하고 수용가능한 법 · 규제 체계를 만들어 전관 수요를 줄이는 게 순서다. 그렇게 하려면 큰 정부와 관료 만능주의를 배격해야 한다.

전관들이 합법적으로 일할 양지를 만들어주는 것도 필수과제다. 17대 국회에서 추진되다 무산된 로비스트 양성화법을 재논의할 때도 됐다. 전관들이 햇살 아래 투명하게 일하도록 유도하는 게 금지 일변도보다 효과적이다. 정부 규제가 강력해질수록 특혜와 비리는 늘어나고 전관들의 먹을거리도 풍성해진다. 큰 정부의 규제 행정이 많아질수록 부패는 고개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