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화재, 대주주 부당지원

금감원, 16일 제재수위 결정…골프 회원권 고가취득 등 적발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과 흥국화재가 대주주를 부당하게 지원한 사실이 적발돼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게 됐다.

금감원은 3일 두 보험사가 골프회원권을 시세보다 고가로 취득하거나,경쟁입찰 대상 부동산을 수의계약으로 매각하는 수법으로 부당하게 대주주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2008년 6월 이호진 태광그룹 일가가 소유한 동림관광개발이 건설하던 골프장 회원권을 계좌당 22억원씩 총 220억원에 분양 전 선매입했다. 그해 8월엔 흥국화재가 같은 골프장의 회원권 12계좌를 흥국생명보다 계좌당 4억원이나 더 비싸게 주고 총 312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흥국화재는 특히 이사회 승인 과정에서 해외 출장 중인 사외이사가 회의에 참석한 것처럼 의사록을 꾸몄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골프장 회원권 고가 매입뿐만이 아니다. 흥국생명은 와인 등을 계열사로부터 수의계약으로 구입했고,대주주 등에게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에 사무실을 임대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보험업법 제111조 '대주주와의 거래제한' 조항을 적용,두 보험사와 임직원을 엄중 제재할 방침이다. 흥국화재 30여명,흥국생명 10여명 등 40여명의 임직원과 두 회사엔 징계조치 예보통보를 전달했다. 징계 대상엔 흥국화재 전 · 현직 대표이사와 흥국생명 전 대표이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오는 8일까지 당사자 소명을 들은 뒤 1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제재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같은 검사 결과를 두고 금감원의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09년초 금감원이 흥국생명에 대한 정기검사에서 골프장 회원권 고가 매입 정황을 파악했으면서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