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 인도 '전기 도둑' 기승

캘리포니아 1년 사용량 '도난'
인도에 전기 도둑이 극성을 부리고 있어 전력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경제성장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다.

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도에서 전기 요금을 내지 않고 불법으로 전기를 끌어다 쓰는 '전기 도둑'이 늘어나면서 인도 정부가 골치를 썩고 있다. 전기 도둑들은 나무 막대에 쇠갈고리 등을 달고 전기선에 걸치는 방식으로 전기를 훔친다. 그 양이 한 해 174GW에 달한다. 인도 전체 전력 생산량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인도전기청 관계자는 "전기 도둑들 때문에 인도 국민의 3분의 1인 4억여명이 전기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는 여름에는 전체적으로 10% 정도 전기가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의 전력 손실량(송 · 배전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전력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LLP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전력 손실은 생산량의 32%에 달한다. 이 같은 전력 손실은 전력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낙후된 시설로 발전소의 가동률이 생산능력의 65%에 불과한 데다 전기를 훔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손실량은 더 늘고 있다. 경제성장으로 전력 수요는 급격히 늘어났지만 전력 손실이 커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인도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전력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성장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인도의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0.4%에서 올해 8.2%로 낮춰 전망한 데는 전력난의 영향이 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만모한 싱 총리는 2017년까지 12만㎿의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5년 동안 4000억달러(43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인도의 총 전력생산량은 3300㎿에 불과하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