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 "농협·수협·동대문"…CEO 코드엔 뭔가 있다

김과장·이대리만 아는 기업 CEO 별칭

정준양 회장 '이웃집 아저씨'…친근한 애칭 많아
최태원 회장은 'TOP'…김승연 회장은 'CM'
1980~1990년대를 풍미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대우맨'들이 부르는 별칭은 'KKC'였다. 'King of King Chairman'의 약자다. '왕 중의 왕 회장'이란 뜻이었다. 영어 이니셜 'KWC'로 불렀다가 '화장실(WC)'을 연상시키는 탓에 'W'를 'K'로 바꿨다는 얘기도 있다. 대우가 해체된 지금 더 이상 KKC로 부르는 이들은 없지만….

김 전 회장처럼 최고경영자(CEO)에겐 공식 직함 외에 별칭이 뒤따른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왕회장으로 불렸다. 공식적인 호칭은 '회장''사장'이지만 임직원들끼리만 통하는 그들만의 호칭과 코드네임은 따로 있다. ◆농협,수협,동대문…이색 코드네임들

제일기획의 김낙회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은 '유머러스'한 별칭을 갖고 있다. 김 사장의 영어 이니셜은 'NH',이 부사장은 'SH'.그렇다보니 직원들 사이에선 김 사장을 '농협',이 부사장을 '수협'이라고 부른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의 사내 별칭은 '권 대리'다. 워낙 일을 꼼꼼히 처리하는 업무 스타일이 군기가 바짝 든 '대리 사원' 같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항공 · 해운업계 CEO들은 업(業)의 특성에 맞춘 코드네임을 갖고 있다. 이들 업종은 해외 지사와 연락할 일이 많은데,1970년대 영문 텔렉스를 쓰던 시절 이름과 직함을 영문으로 보내려면 비용이 비싸 알파벳 약어를 썼다. 임원급은 D, 오너나 CEO급은 'DD'를 쓰는 식이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의 코드네임은 'DDM'.경영자를 뜻하는 'DD'에 마담(madame)을 뜻하는 'M'을 조합했다. 직원들은 '동대문'이라고 부른다. 최 회장도 회장이란 딱딱한 호칭 대신 동대문으로 불리는 걸 좋아한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아시아나의 항공 코드인 OZ를 더해 'OZDDP'란 코드네임을 쓴다. 코드네임 맨 끝의 'P'는 프레지던트(president)의 약자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별도 코드명은 없는 대신 직원들 사이에선 '이웃집 아저씨'로 통한다. 편안하고 친근한 외모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었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정 회장 스스로도 이 소박한 별칭을 듣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고 한다. 임원들은 정 회장이 사내 전화 0001번을 쓰는 것을 감안해 'No1'으로 부른다. ◆'최고'를 뜻하는 코드네임도 많아

주요 그룹 총수들도 영어 이니셜 외에 코드네임을 갖고 있다. 코드네임은 각 그룹에서 내부용 업무자료를 작성할 때 주로 쓰인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한때 그룹 내에서 코드네임 'A',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은 'A′'로 통했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은 대부분 '회장님''관장님'이라고 표기한다"며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그냥 영어 이니셜을 따 'JY'로 통칭한다"고 전했다.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코드네임은 'TOP'이다. '톱 매니지먼트(TOP management)'의 약자다. SK 관계자는 "일부에선 '태원 최'의 영어 이니셜인 'TC'로 부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CVC'란 코드네임을 갖고 있다. 'Chief of Vision Creator'의 약자다. 코오롱 관계자는 "기업의 리더는 비전을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회장이 직접 CVC로 부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회장을 뜻하는 영어 단어(Chair Man)의 약자를 따 'CM'으로 불린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영어 이니셜 MK로 통하며, 구본무 LG 회장은 별칭을 쓰지 않는다.

이태명/조재희/이유정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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