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펀드 '외도'…임대ㆍ쇼핑몰에 눈돌려

돈은 넘치지만 값싼 인수대상 찾기 어려워
블랙스톤은 실버타운, KKR은 송유관 투자
회사를 인수한 후 되팔아 차익을 올려온 세계적 사모펀드(일명 바이아웃펀드)들이 부동산 임대업,자산운용업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업 인수 · 합병(M&A)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싼 가격에 인수할 만한 가치 있는 회사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7일 블룸버그와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기업 M&A를 주로 해온 블랙스톤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사모펀드들이 자산운용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이들이 투자하는 자산은 부동산에서 헤지펀드, 쇼핑몰 등까지 다양하다. 비즈니스위크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펀드로 돈은 계속 들어오지만 인수 가치가 있는 회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자산 다양화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 대표적이다. 블랙스톤은 부동산 및 실버타운 운용 등에서 나오는 수익이 회사를 사고파는 거래에서 나오는 수익의 두 배에 달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인도 오피스빌딩 임대수익과 오리건 퇴직연금 운용을 통해 거둔 수익이 대표적이다. 블랙스톤은 최근 호주 회사로부터 94억달러에 미국에 있는 쇼핑몰을 인수하기도 했다. 1989년 'RJR 나비스코' 인수로 유명해진 KKR은 현재 미국 내에 5500마일의 송유관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송유관은 다른 회사에 임대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 최근에는 이탈리아 소르제니아와 합작해 프랑스에 풍력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또 자산 규모 2위의 사모펀드 칼라일은 네덜란드 '알프인베스트'를 인수해 '펀드 오브 펀드'사업에 진출했다. 알프인베스트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M&A 전문 펀드에 투자하는 회사다. 블룸버그는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등의 사모펀드들도 기업 M&A보다는 헤지펀드와 부동산펀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콜린 블레이든 다트머스대 교수는 "펀드가 중심이 된 M&A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바이아웃펀드들은 향후 M&A가 아니라 자금 · 자산 운용에 더 집중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먹을 게 없는 시장

이처럼 바이아웃펀드들이 새로운 시장에 관심을 두는 것은 영양가 있는 먹잇감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2009년 이후 주가가 95%가량 올라 적당한 인수 대상 회사를 찾기 힘들어지자 사모펀드들이 자산운용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대형 사모펀드들을 새로운 시장으로 떠밀고 있다. 블룸버그는 M&A를 전문으로 하는 바이아웃펀드가 1990년에는 60개 정도였지만 지금은 480여개로 크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마크 스필커 아폴로펀드 사장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적당한 타깃을 찾는 게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고 실토했다. 이와 관련,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M&A 시장이 과열 기미를 보이면서 가격이 2007년 M&A 버블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사모펀드들이 가격이 비싸진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차입을 크게 늘리는 것도 잠재적 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