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저축銀의 거대한 그러나 허망한 꿈

부산저축은행이 골드만삭스와 같은 세계적인 종합금융그룹을 꿈꿨던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어제 단독 입수한 내부 극비문건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은 은행부문과 투자은행(IB)부문을 양대 축으로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 2015년 순이익 7000억원,임직원 1200명의 금융그룹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가졌던 모양이다. 이를 위해 지방은행 두 곳과 수도권 저축은행을 인수해 수신 기반을 전국으로 확대하고,자산운용사 종합증권사 등을 설립(또는 인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는 것이다.

꿈은 원대했지만 결과는 실로 허망하게 되었다. 부산저축은행은 스스로가 시행자가 되어 PF 사업에 뛰어들었고 그것을 통해 지방은행을 인수할 종잣돈을 확보하려고 했다. 문건을 살펴보면 대전 · 전주저축은행을 애써 인수한 이유나,120개 특수목적법인(SPC)에 PF형식으로 4조5942억원을 대출하고 직접 시행사로 뛴 이유가 쉽게 설명된다. 하지만 이 구상은 부동산 침체와 더불어 전제조건부터 헝클어지고 말았다. 그 결과 줄기차게 새 PF를 만들어 신용이 계속 창출되는 양 속임수를 펼쳤다. 이 같은 몰락 과정은 1920년대 폰지사기나 최근 월가에서 있었던 버나드 메이도프식 피라미드 사기를 연상시킨다. 신규자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원리금을 주는 것이다. 또 위환위기 직후 시중 부동자금을 쓸어담겠다는 식의 바이코리아 펀드 열풍과도 닮은 꼴이다. 바이코리아 펀드는 두 달 만에 5조원을 끌어모았지만 더 이상 고수익을 낼 수 없는 규모가 되자 일순간에 몰락하고 말았다. 정 · 관계 인사들에게 줄을 대 연명을 시도했다는 점에선 벤처붐 와중에 상호신용금고를 끼고 M&A 사기극을 벌인 정현준 · 진승현 게이트와도 유사하다.

이런 사기극들은 대체로 금융시장에서 인위적인 퀀텀점프(대도약)를 시도할 때 필연적으로 벌어진다. 필드에서 차근차근 일어서는 정신이 아니면 금융은 백전백패다. 그런 점에서 부산저축은행의 구상은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 금융당국의 메가뱅크나 글로벌IB 육성 구상도 인위적인 퀀텀점프를 시도하는 것이어서 사상누각이 될 위험이 크다. 금융은 절대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