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세계화 시대의 양극화

장거리 통신과 운송 수단이 발달한 가운데 많은 나라가 문호를 개방하고 장벽을 낮추면서 국제교류를 장려하고 있다. 단순한 상품무역에만 머물던 국제교역이 서비스 거래와 직접투자로 확대되면서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숫자가 급증하는 중이다. 지구촌은 본격적인 세계화 시대를 맞았다.

세계화는 분업의 국제화를 더욱 고도화시킨다. 내국인들만 고용하던 선진국 기업들은 더 싸고 더 우수한 외국인 인력을 고용할 수 있게 됐다. 선진국의 자본이 대거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함에 따라 선진국의 많은 일자리가 개도국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개도국들은 이런 세계화에 편승해 속속 경제발전의 기적을 실현함으로써 세계 경제구조의 지각을 바꾸고 있다. 세계적 기업인 GE의 최고경영자 이멜트(Immelt) 는 "과거에는 선진국들이 세계 경제성장에 80% 기여했지만 앞으로 10년 동안은 그 역할이 개도국들의 몫"이라고 내다보았다.

현재 진행 중인 세계화는 그러나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은 양극화다. 세계화로 큰 시장을 얻은 부문은 번영하지만 세계화로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들은 궁핍해진다. 우리나라 상위 20%의 평균 연소득은 1999년 5800만원에서 2009년 9000만원으로 10년 사이 55% 올랐지만,하위 20%의 평균 연소득은 같은 기간 360만원에서 199만원으로 오히려 35% 낮아졌다. 나라마다 겪고 있는 부익부빈익빈의 양극화는 중산층을 잠식해 사회안정을 위협한다.

세계화는 국경을 넘는 경제협력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개인의 경제활동 기회의 폭은 더욱 넓어진다. 그러나 내 협력 파트너가 나를 버리고 나보다 더 나은 해외의 새로운 파트너에게 가 버리면 나는 일자리를 잃는 피해자로 전락한다. 과거의 파트너는 나보다 더 나은 파트너를 맞아 더 높은 소득을 얻겠지만 일자리를 잃은 나는 더 불리한 일자리를 감수해야 하므로 더욱 궁핍해지고 만다. 세계화로 불이익을 당한 사람들은 세계 곳곳에서 반세계화 운동을 벌인다. 그러나 원천적으로 희소한 자원을 활용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인류의 경제생활이 세계화가 마련해 준 효율적 생산방식을 외면할 수는 없다. 사회복지제도를 확충해 세계화의 피해자들을 감싸안고 이들이 세계화 체제에서 다시 부활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계속 세계화를 수용해야 한다.

이승훈 < 서울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