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박재완의 난해한 등록금 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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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에서 등록금이 가장 비싼 나라는 단연 미국이었다. 여기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 이유는 미국 대학들이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등록금이 무상이거나 싸다는 유럽 일부 국가들도 내심 미국의 대학 경쟁력만큼은 부러워한다. 그러나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한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선진국 대학처럼 경쟁력도 없으면서 등록금만 비싸다는 이유에서다.
요즘 현란한 용어를 구사하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반값 등록금과 관련해서도 한마디했다. "다차원의 동태적 최적화 목적함수를 푸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고 "학부모 부담 완화,대학 경쟁력 강화,대학의 자구노력 극대화,재정의 지속가능 설계 등 4개 목적을 30년 정도 시계에서 최적화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4개의 목적이 서로 제약조건으로 작용하는 상대성,이원성을 갖고 있어 풀다 보면 허근(虛根)이 나올 수 있다"며 "허근이 나와서 국민을 실망시켜서도 안 되지만 극단에 치우친 해법은 최적화와 괴리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이쯤 되면 박 장관의 대학교수 경력을 의심할 이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박 장관의 등록금 함수는 문제투성이다. 그는 등록금 문제가 학비부담,대학 경쟁력,대학의 자구노력,재정의 지속가능성 등 4개의 목적이 얽혀있어 풀기 어렵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4개 모두'목적'이 될 수 있는지가 우선 의문이고,설사 그렇다 해도 이 4개가 똑같은 중요도를 갖는 게 아니라면 그것부터 따지는 것이 정책당국자가 할 일이다. 우선순위란 말은 이를 위해 있는 것이고,박 장관은 그런 정책적 판단을 해야 할 위치에 있다. 정책당국자가 목적들이 상충된다고 허근, 다시 말해 솔루션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고 오히려 극단적 해법을 부추기는 꼴밖에 안된다.
더 결정적인 오류는 박 장관이 목적과 제약조건을 헷갈리고 있는 점이다. 그는 4개 목적을 말했지만 궁극적 목적함수는 대학의 경쟁력 강화에 있다. 그리고 학부모 부담 완화,대학의 자구노력,재정의 지속가능성 등은 모두 비용분담과 관련한 제약조건들이라고 해야 맞다. 이런 비용분담 제약조건들 속에서 어떻게 대학 경쟁력을 극대화하느냐가 정확한 함수관계다. 비싼 등록금이 비판받는 이유도 그동안 대학의 질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등록금만 잔뜩 올렸을 뿐 정작 목적함수인 대학 경쟁력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여기에 대학은 자구노력을 하지 않았고,정부는 재정지원을 했다지만 그게 다 어디로 샜는지 아리송한 게 등록금 문제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등록금 거품은 빠져야 한다. 교육의 질 등 대학의 경쟁력과 전혀 비례하지 않는,그래서 반값도 비싼 그런 등록금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것도 있다. 목적 자체를 혼동하면 엉뚱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등록금 인하가 목적함수가 되어버리고 대학 경쟁력은 최소 수준만 충족하면 되는 제약조건의 하나로 전락하는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당초 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건 이유가 표 때문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것을 또 다시 들고 나온 것도 총선과 대선이 다가온 때문이고 여기에 야당도 경쟁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앞에서 말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리되면 등록금 인하의 종착역은 결국 무상이 되고 말게 뻔하고, 재정이 모든 짐을 떠안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학 평준화로 나타날 것이고….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요즘 현란한 용어를 구사하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반값 등록금과 관련해서도 한마디했다. "다차원의 동태적 최적화 목적함수를 푸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고 "학부모 부담 완화,대학 경쟁력 강화,대학의 자구노력 극대화,재정의 지속가능 설계 등 4개 목적을 30년 정도 시계에서 최적화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4개의 목적이 서로 제약조건으로 작용하는 상대성,이원성을 갖고 있어 풀다 보면 허근(虛根)이 나올 수 있다"며 "허근이 나와서 국민을 실망시켜서도 안 되지만 극단에 치우친 해법은 최적화와 괴리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이쯤 되면 박 장관의 대학교수 경력을 의심할 이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박 장관의 등록금 함수는 문제투성이다. 그는 등록금 문제가 학비부담,대학 경쟁력,대학의 자구노력,재정의 지속가능성 등 4개의 목적이 얽혀있어 풀기 어렵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4개 모두'목적'이 될 수 있는지가 우선 의문이고,설사 그렇다 해도 이 4개가 똑같은 중요도를 갖는 게 아니라면 그것부터 따지는 것이 정책당국자가 할 일이다. 우선순위란 말은 이를 위해 있는 것이고,박 장관은 그런 정책적 판단을 해야 할 위치에 있다. 정책당국자가 목적들이 상충된다고 허근, 다시 말해 솔루션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고 오히려 극단적 해법을 부추기는 꼴밖에 안된다.
더 결정적인 오류는 박 장관이 목적과 제약조건을 헷갈리고 있는 점이다. 그는 4개 목적을 말했지만 궁극적 목적함수는 대학의 경쟁력 강화에 있다. 그리고 학부모 부담 완화,대학의 자구노력,재정의 지속가능성 등은 모두 비용분담과 관련한 제약조건들이라고 해야 맞다. 이런 비용분담 제약조건들 속에서 어떻게 대학 경쟁력을 극대화하느냐가 정확한 함수관계다. 비싼 등록금이 비판받는 이유도 그동안 대학의 질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등록금만 잔뜩 올렸을 뿐 정작 목적함수인 대학 경쟁력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여기에 대학은 자구노력을 하지 않았고,정부는 재정지원을 했다지만 그게 다 어디로 샜는지 아리송한 게 등록금 문제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등록금 거품은 빠져야 한다. 교육의 질 등 대학의 경쟁력과 전혀 비례하지 않는,그래서 반값도 비싼 그런 등록금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것도 있다. 목적 자체를 혼동하면 엉뚱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등록금 인하가 목적함수가 되어버리고 대학 경쟁력은 최소 수준만 충족하면 되는 제약조건의 하나로 전락하는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당초 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건 이유가 표 때문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것을 또 다시 들고 나온 것도 총선과 대선이 다가온 때문이고 여기에 야당도 경쟁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앞에서 말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리되면 등록금 인하의 종착역은 결국 무상이 되고 말게 뻔하고, 재정이 모든 짐을 떠안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학 평준화로 나타날 것이고….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