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교육혁명당(黨)

폴란드의 정치풍자작가 야누츠 르빈스키는 1990년 '폴란드 맥주 사랑당'이란 이색 정당을 창당했다. 삶의 고단함을 달래려 독한 보드카를 마구 들이켠 탓에 알코올 중독자가 늘어나자 차라리 맥주를 마시는 게 낫겠다는 취지였다.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끼던 폴란드인들은 환호했다. 이듬해 총선에서 16석을 몰아줬을 정도다. 하지만 국회 진출 후 당원들 간 의견 대립으로 대맥주파와 소맥주파로 갈렸다가 결국 해산되고 말았다.

러시아에서도 1994년 '러시아 맥주 사랑당'이 1700여명의 당원으로 출범했다. 맥주 세금 인하,토양 오염 방지 등의 이슈를 들고 나와 한때 당 지부 60개,당원 5만여명으로 세를 불렸으나 4년여 만에 문을 닫았다. 후원자가 줄어든 결과다. 이탈리아에선 포르노 배우 출신 하원의원 치치올리나가 러브당을 만들었다. 그녀는 '만인에 대한 사랑'을 강령으로 내세우며 대중 앞에서 가슴을 드러내는 등 파격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세계평화를 위해서라면 후세인을 포함해 어떤 악당과도 동침할 수 있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1994년 남아공에선 키스(KISS)당이 등장했다. '정직과 단순함을 유지하는 당(Keep It Straight and Simple Party)'의 머리글자를 딴 키스당은 빨간 루즈를 바른 입술을 로고로 삼았다. 2001년 영국 에선 마리화나 합법화를 주창하는 '녹색잎당',도박 활성화를 내세운 '카지노당'까지 출현했다. 대책은 없고 말만 많은 정치판에 대한 반발에서 나온 정당들이다.

대학 등록금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자 일부 네티즌이 '교육혁명당'을 창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모양이다. 지난 4월 '등록금당'이란 모임을 만들어 논쟁을 벌이다가 정치권이 민심을 국정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당원협의회 구성 등 요건을 갖춰 8~10월 창당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등록금 문제는 정파 간 이해득실이 아니라 정책적 대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란다.

정당의 목표가 정권 획득이라지만 요즘 우리 정치권은 국가 장래보다 표를 얻기 위한 눈앞의 이해득실에 너무 휘둘리고 있다. 공직부패와 전관예우 폐해도 도를 넘었다. 내년 총선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나라가 거덜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대로 가다간 교육혁명당뿐 아니라 반포퓰리즘당,낙하산 금지당,공직남용 감시당 등도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