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태블릿PC 덤벼"…유럽 서점의 '반격'
입력
수정
英 WH스미스, 매장 효율배치…獨 후겐두벨 '대형화'글로벌 도서 시장이 전자책 등장과 스마트폰 · 태블릿PC 보급 확대 등의 영향으로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선 오프라인 판매 위주 대형 서점들의 반격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에선 올해 2월 전자책 판매(9030만달러)가 처음으로 종이책 판매(8120만달러)를 앞지른 뒤 미국 2위 서점체인 보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1위 서점업체 반스앤드노블은 인수 · 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반면 영국과 독일 등 유럽 대형 서점들은 철저한 시장분석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서적 판매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美처럼 당하지 않는다" 佛 프냑, 전자책 콘텐츠도 판매
◆"잘 키운 오프라인 매장이 더 효율적"영국 최대 서점체인 업체인 WH스미스는 오프라인 매장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새롭게 성장하는 전자책 시장보다는 기존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WH스미스는 올 2월 영국 서점 체인 브리티시북스앤드스테이셔너스를 100만파운드에 인수, 매장 19개를 새로 열었다. 이 서점은 아마존 같은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고객과 자사 매장에서 서적을 구매하는 고객 특성이 다르다고 판단, 온라인 '따라가기'전략을 포기했다. 대신 매장 수를 일정 수준 유지하면서 매장의 판매 효율을 높이는 방식에 집중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에는 방문 고객이 주로 구입하는 서적을 눈에 띄는 자리에 배치하고,마케팅도 이들 서적에 집중했다. 이에 따라 최근 6개월간 여행서적 부문에서 2500만파운드(4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9% 성장률을 보였다. 케이트 스완 WH스미스 최고경영자(CEO)는 "가족 단위로 매장을 방문해서 살 수 있는 크리스마스 관련 서적 등도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독일 최대 서점 체인 후겐두벨 역시 경쟁력 있는 대형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선택과 집중'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본사가 있는 뮌헨과 베를린 등에 복합쇼핑몰과 연계된 초대형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후겐두벨은 올 3월 뮌헨 외곽 대형 쇼핑몰인 '파싱'에 현대적 디자인의 대형 매장을 새로 오픈했다. 특히 CD와 DVD 장난감 등의 연계상품 판매효과가 좋은 아동서적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 3월까지 카셀에도 대형 매장 두 개를 새로 열기로 했다. 지난해 후겐두벨의 매출은 3억200만유로로 2009년(2억6000만유로) 대비 16.2% 증가했다.
◆"온라인 판매 주도권도 내줄 수 없다"
미국의 대형 서점들이 디지털화 · 온라인 판매의 주도권을 아마존 같은 온라인 전문 업체에 내준 반면 프랑스 최대 서점체인 프냑(FNAC)은 디지털 서적 판매를 오히려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프냑은 전자책 '프냑북'을 출시하면서 자사의 전자책을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20% 할인된 가격에 전자책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베스트셀러의 17.3%에 불과했던 전자책화 비율을 올해 35.3%까지 끌어 올리면서 고객을 모았다. 이에 따라 프냑 홈페이지를 통한 전자책 다운로드 건수도 지난해 12만건에서 올 1분기 13만건을 기록할 정도로 급증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