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오피스 빌딩, 금융위기 前 가격 회복하자 매물 러시

"늦기 전에 팔자" 심리 확산
미국의 유명 오피스 빌딩들이 대거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빌딩 가격이 금융위기 직전 수준까지 치솟자 건물 주인들이 잇따라 차익 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위치한 750 세븐스 애비뉴 빌딩이 4억8500만달러에 팔린 데 이어 워싱턴DC에 위치한 마켓스퀘어 건물도 사상 최고가인 제곱피트(0.092903㎡)당 905달러에 매각됐다. 이 밖에 시카고 윌리스타워,워싱턴 콘스티튜션센터,뉴욕 시그램빌딩 등 대형 오피스 빌딩들이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다. 미국에서 지난 4월 새로 매물로 나온 건물은 87억달러어치에 달한다. 지난달 매물 규모는 1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7년 말 이후 월간 기준 최대 규모다.

오피스 빌딩 매각 붐이 일고 있는 건 빌딩 가격이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수준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심화되고 채권 수익률이 하락하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오피스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부동산 조사회사 그린스트리트어드바이저에 따르면 맨해튼 미드타운의 오피스 빌딩 가격은 2009년에 비해 88%나 올라 2007년 최고가와 15%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고용,주택 등 각종 경기 지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향후 임대료 및 공실률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짐작하기 힘들어지자 빌딩 주인들 사이에 '더 늦기 전에 팔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새로운 투자자들은 오피스 빌딩의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건설 붐 당시 공급이 크게 늘어난 주택과 달리 오피스 빌딩은 공급이 별로 늘지 않았다.

게다가 최저 수준의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점도 오피스 빌딩으로의 자금 유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매각에 나선 빌딩 주인들도 건물 전체를 파는 대신 지분 일부를 남겨놓는 형태로 '헤지(가격변동 위험 상쇄)'를 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