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내가 왜 그랬을까"…알고보니 뇌의 '은밀한' 쇼

인코그니토 |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소희 옮김 | 쌤앤파커스 | 320쪽 | 1만5000원

인간의 자기통제 불능 원인, 다양한 시각으로 밝혀내

평소엔 더없이 순한 양처럼 살던 사람이 한번씩 '욱'해서 사고를 친다. 살을 빼겠다고 두 시간이나 운동하고 들어와서는 냉장고를 뒤지고,홈쇼핑을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주문 버튼을 누른다. 두 달 전 대판 싸우고 헤어진 애인에게는 술에 취한 채 전화를 하고….

상식적이고 똑똑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고 최악의 경우 목숨까지 끊는 까닭은 무엇일까. 《인코그니토》의 저자는 인간의 자가 통제불능 원인이 '내 안의 또 다른 나'에 있다고 단언한다. 다중인격을 보이는 사람을 두고 흔히 "저 인간 속에는 도대체 몇 명이 살고 있는 거야"라고 비난하지만,'인코그니토(incognito)' 즉 누구나 내면에는'익명의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1999년에 '존 말코비치 되기'라는 영화가 있었다. 존 쿠삭과 캐머런 디아즈가 주연했던 이 영화는 주인공 크레이그 슈워츠(존 쿠삭 분)가 우연히 존 말코비치의 뇌 속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발견하고 15분간 그 속에 머물며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다소 방향은 다르지만 내 안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을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여행이라는 점에선 이 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의과대학 교수이면서 소설가로도 활동 중인 저자의 풍부한 상식 덕분에 뇌로 떠나는 여행의 기착지가 다양하다. 1974년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 놀란 라이언이 던진 시속 163㎞의 강속구는 투수 손을 떠나 포수의 미트까지 걸리는 시간이 0.4초에 불과하다. 타자가 안타를 치려면 뇌는 0.4초 내에 공을 파악하고 각막과 온몸의 근육에 신호를 내려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의 의식은 이 과정에 최소 0.5초가 걸린다. 하지만 안타는 나오게 마련이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의식의 '또 다른 나'라는 설명이다.

병아리 감별사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뛰어난 감별사들은 병아리가 부화하자마자 '항문감별'이라는 방법으로 암수를 구분하는데,그들 스스로도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 암수 병아리는 정확히 똑같아서 '본능적'이라는 단어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매력적인 여성을 찾는 남자들의 본능은 또 어떤가. 남자들에게 여러 명의 여성 프로필 사진을 보여주고 매력적인 여성을 찾으라고 했더니 그들이 꼽은 여성들에겐 공통점이 나왔다. 선택된 여성들은 하나같이 동공이 확대된 여성들,하지만 모두가 "그냥 끌렸어요"라고 답할 뿐 어느 누구도 "그녀의 동공이 2㎜ 정도 더 크더라고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서클렌즈(동공을 크게 보이게 하는 컬러 콘택트렌즈) 개발자는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말랑말랑한 소재를 하나씩 곁들이며 인간의 뇌 탐험을 하는 이 책 갈피갈피에는 울타리 안에 안주해 사는 우리네 삶에 던지는 화두도 있다. 짐 캐리가 열연했던 영화 '트루먼쇼'의 한 장면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서른이 넘을 때까지 삶이 온전히 TV로 생중계되는 트루먼을 딱하게 여긴 한 시청자가 PD에게 전화를 걸어 따진다. 자신이 TV에 나오는 줄도 모른 채,말 그대로 삶을 연기하는 트루먼이야말로 죄수보다도 못한 처지가 아니냐고.PD는 차분하게 대답한다.

"그러면 당신은 자신이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주어진 역할을 하는 배우가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나요? 그는 언제든 떠날 수 있어요. 그가 막연한 야망 이상의 것을 원한다면,그가 진실을 찾기로 작정한다면,그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당신이 화가 난 건,결국 트루먼이 당신이 말하는'감옥'의 안락함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요?"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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