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디폴트 내면 자산시장 요동친다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에 대한 첫 경고가 나왔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 의회가 8월 초까지 차입한도를 상향 조정하지 않아 미 정부가 일시적으로라도 디폴트 상태에 빠지면 미 국채 등급을 정크(투기)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고 8일 밝혔다. 피치는 특히 일시적 디폴트 후 미 정부가 채무를 이행하면 국채 등급을 다시 올리겠지만 미국이 그동안 누려온 최고등급인 'AAA'는 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분히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경고라고 볼 수도 있다.

미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상 및 재정적자를 국채 발행을 통해 근근이 메워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그대로다. 문제는 연방정부의 부채가 지난달 이미 법정 한도(14조3000억달러)를 넘어섰다는 데 있다. 백악관은 한도를 16조7000억달러로 상향 조정해 줄 것을 의회에 요청해 놓았지만 공화당은 지출 예산 축소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물론 의회가 결국은 한도 증액에 합의할 것이고 따라서 디폴트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미 국채가격이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디폴트 우려보다는 부진한 경제지표를 더 반영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피치가 밝힌대로 일시적 디폴트를 거쳐 기어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까지 강등된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은 글로벌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당장 대미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국가들의 미 국채 인수가 위축되고 자산시장에도 큰 혼란이 생길 것은 불문가지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교역과 경기 전반을 급속히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달러가치 급락은 1조달러 이상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리다오쿠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이 "미국이 불장난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한 것이나 인도 호주 등이 "생각조차 끔찍한 시나리오"라고 경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 부동산 시장 붕괴 우려로 그렇지 않아도 뒤숭숭한 시점이다.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미국 정치가 해저드에 빠져 있다는 점을 과소평가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