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바닥일 줄 알았더니…유럽펀드 '꿋꿋'

글로벌 증시 조정 '주범'…대만 이어 수익률 2위 선방
남유럽 재정 위기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보였지만 유럽 펀드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위기의 중심국인 그리스의 투자 비중이 작은 데다 독일 프랑스 등은 유로화 약세의 수혜를 보고 있어서다.

9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럽 펀드는 최근 한 달간 1.71% 손실을 입긴 했지만 올 들어 1.71% 수익률로 선방하고 있다. 최근 1개월간 북미와 일본펀드는 3% 이상의 손실을 입었고 중국 본토(-2.93%), 아시아퍼시픽(-1.74%) 등의 손실률이 유럽 펀드보다 높았다. 올해 수익률도 유럽 펀드는 대만(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개별 펀드에서 '슈로더유로증권A(주식)A'는 연초 이후 3.92%의 수익을 내고 있다. 템플턴유로피언(A)이 3.04%로 뒤를 이었으며 '푸르덴셜유로증권전환형HA' 'KB스타유로인덱스A' 등도 2%대 수익률을 올렸다. 신흥 유럽 펀드들도 최근 1개월 동안 1.71% 손실을 입는 데 그쳐 연초 이후 0.73%의 플러스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

마틴 스켄버그 슈로더자산운용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유럽 관련 부정적인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으로 구성되는 유럽 주변국들이 유럽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며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7%에 머무른다"고 말했다. 실제 펀드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오세헌 KB자산운용 해외운용팀장도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독일 프랑스 등 수출국은 전후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유럽 펀드 선전의 배경을 설명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GDP는 전분기 대비 1.5% 성장하면서 시장예측치를 초과했고,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 경제도 0.8%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남유럽에 대한 부담으로 증시 변동성은 커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스켄버그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남유럽 위기로 인해 좋은 주식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며 "종목만 제대로 고른다면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독일 슈퍼박테리아에 대한 위기감도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으로 전해진다"며 "남유럽 사태만 진정되면 주가 반등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유럽 펀드 중에서도 독일 프랑스 등 중심국의 비중이 높고 내수주보다는 수출주 중심으로 투자하는 펀드가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