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계속되는 헌인마을 '마지막 협상'

11일이면 삼부토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두 달이 된다. 법원이 통상 한 달 내에 법정관리를 인가하거나 거부하는 결정을 내려온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삼부토건 측이 인가결정 연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삼부토건은 9일 서울중앙지법에 또 한 차례 연기 요청을 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얽혀있는 게 많기 때문에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부토건이 법정관리를 철회할 것이란 얘기는 은행 등 대주단에서 먼저 흘러나왔다. 열쇠를 쥐고 있는 대주단이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만큼 곧 타결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앞으로도 3주가량이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걸림돌은 크게 세 가지다. 동양건설과 함께 서울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만기 연장이 첫번째다. 2900여명의 개인투자자 중 일부는 여전히 연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끝까지 버티면 원금과 이자까지 찾을 것이란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두 번째로 신규자금 지원이다. 대주단은 삼부토건이 갖고 있는 르네상스서울호텔을 담보로 7500억원의 자금을 새로 투입할 계획이다. 공동으로 책임을 지게 되는 시중은행 및 저축은행의 개별 동의를 구해야 한다. 호텔을 놓고서도 대주단은 '매각'에,삼부토건은 '단순 담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부토건이 한화건설과 공동 시공하는 김포 풍무사업을 둘러싸고 은행 간 마찰도 빚어지고 있다. 삼부토건이 분양 성공이 불투명한 풍무사업에서 손을 떼려면 한화건설에 손실분담금 500억원을 내야 한다. 헌인마을 대주단 대표인 우리은행은 풍무사업 대주단 대표인 외환은행 측에 분담금을 대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쉽지 않은 문제다.

상황이 이렇듯 복잡하지만 동양건설에 비하면 '양반'이다. 동양건설과 채권기관인 신한은행 간 협상은 지난달 말부터 공전 상태다. 은행 측이 대주주 사재출연이나 추가 담보를 요구하고 있지만 동양건설은 내줄 게 없다며 버티고 있다. 펑크가 난 헌인마을 사업을 놓고 은행과 건설사,개인 투자자들이 모두 제몫 챙기기에 몰두하니 협상이 잘 될 수가 없다.

조재길 경제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