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물가관리 장기대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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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價 ·환율 등 대외요인 취약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이 이슈가 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국적 기업들의 주재원 생활비 조사에서 서울의 물가가 가장 높은 축에 들고 해외 생활을 경험한 이들은 우리 물가가 선진국에 비해 높다고 말하기도 한다. 한국소비자원의 국내외 가격차 조사에서 유모차 등 일부 품목이 상당히 비싼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금융안전망·유통구조 개선 시급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우리나라의 상대 물가는 OECD 평균을 100으로 할 때 상품 가격은 89,서비스 가격은 60 수준이다. OECD 평균에 비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모두 낮지만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OECD 34개국 가운데 중위치의 60% 안팎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품 가격은 소득 수준에 비해 비싼 것으로 볼 수 있다. 상품의 경우 상당수가 수출입을 통해 국가간 가격이 비슷해지는 교역재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비교역재인 서비스는 소득수준과 비슷하게 가격이 형성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전체적인 수치로 나타나는 것 이상으로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먼저 농축산물 등 식료품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 육류와 비알코올성 음료 등 생활과 직결된 식료품 가격지수가 각각 166,133으로 OECD 평균을 훨씬 넘어 특히 음식료에 대한 지출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 서민들의 삶을 힘겹게 하고 있다. 제품의 질이 높아져 값이 크게 오른 상품들이 늘어나면서 선택의 여지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3년 새 일반 쌀 소비가 4% 줄어든 반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두 배까지 비싸지만 신선도가 높은 즉석도정미의 소비량은 40% 늘어났다. 무선통신비도 무선인터넷 등 데이터 서비스가 크게 늘면서 최근 2~3년간 평균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장기적으로도 우리나라의 물가에 우려를 던져주는 구조적 요인이 존재한다. 우선 우리 경제는 해외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신흥국의 고성장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져 우리나라의 물가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유통구조 등의 측면에서 비효율이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대체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장기적으로 비슷한 수치를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재 의존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이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생산자물가 상승률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평균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향후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음으로 환율과 관련된 문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주로 외부적인 요인으로 경기악화가 초래된다. 많은 경우 대외 악재는 세계적으로는 달러화 강세를,국내적으로는 외화유동성 부족 우려로 원화 약세를 불러오면서 수입물가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향후 물가부담을 높일 요인으로 서비스가격이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에 따라 상품 부문의 생산성 증가가 빨라 가격 상승 없이 이 부문의 임금이 높아진다. 반면 서비스 부문의 경우 임금은 따라 오르면서 생산성 개선은 느려 결과적으로 서비스 가격이 상품가격보다 빨리 오르게 된다.
물가 상승에 의해서든,양질의 소비에 대한 갈망 때문이든 소비자의 부담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보다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를 억누를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경제의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고 금융안전망 구축 등으로 환율 안정을 모색하는 가운데 상품과 서비스의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등 구조적인 물가 악화 요인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신민영 < LG경제硏 수석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