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베트남·필리핀,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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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베트남船 케이블 절단남중국해 남사군도의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베트남 및 필리핀과 중국 간의 갈등이 확산 일로를 걷고 있다. 베트남 국민들은 반중시위를 벌이고 중국 어선들은 베트남 원유시추선의 케이블을 끊어버리는 등 양국이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행동으로 표출하기 시작했다. 해커들은 상대방 정부 사이트에 들어가 비난 문구를 남기고,외교부 대변인들은 서로 주권을 침해했다며 핏대를 올리는 등 지난달 말부터 거의 매일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베트남 13일 실탄훈련 예고
정부 홈페이지 해킹戰
◆영유권 분쟁은 자원확보전응우옌푸엉응아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베트남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자 대륙붕 해역에서 9일 중국 어선 6226호가 원유 탐사 작업을 하던 국영 베트남석유가스공사(페트로베트남) 소속 바이킹 2호의 탐사 케이블을 고의로 절단했다고 주장했다. 베트남 해군은 10일 "남중국해에서 13일 실탄훈련을 6시간 동안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 대변인은 베트남 원유탐사선이 오히려 중국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반격했다. 그는 오히려 사고가 난 지역은 중국의 영유권이 미치는 곳인데도 베트남 원유탐사선이 불법적으로 탐사활동을 했다면서 그 같은 주권 침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류젠차오 주필리핀 중국 대사는 지난 8일 "모든 국가는 중국의 동의 없이 남사군도에서 석유 시추 작업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은 지난 2월 이래 중국 군함이 필리핀 영해에 여섯 번이나 침입해 최소한 한 차례 총격까지 가했다고 비난하면서 중국과 외교적 갈등을 빚어왔다.◆사이버 전쟁으로 확전
중국과 베트남 측 해커들 사이에 사이버 전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1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베트남에 근거를 둔 해커집단들은 8일 오전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정부 사이트를 해킹해 메인 화면에 중국어로 "베트남인은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베트남의 해양과 하늘,나라를 보호할 것"이라는 문구를 남겼다.
이에 맞서 중국 해커들도 베트남 외교부 사이트를 공격해 중국 오성홍기를 화면에 띄우고 중국 국가가 연주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전문가들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유권 문제가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우며,자칫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오는 7월 남중국해에서 석유 및 천연가스 탐사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 양측의 영유권 분쟁은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