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한고비 넘긴 호주ㆍ印尼 잇달아 금리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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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폴란드도 긴축 막바지아시아를 비롯한 주요 지역의 신흥국들이 물가 상승 우려가 줄어듦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반면 경기과열이 수그러들지 않는 브라질과 중국에선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브라질·중국은 여전히 과열
금리 인상 지속할 듯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 신흥국들이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로 덜 공격적인 금리 인상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가 9일 기준금리를 연 6.75%로 동결한 게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인플레 압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몇 개월 전 "물가 상승에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겠다"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의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월 6.16%에서 지난달 5.98%로 떨어졌다. 호주도 지난 7일 기준금리를 연 4.75%로 유지했다. 호주연방은행은 지난해 12월 이후 여섯 달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인도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지만 앞으로 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산제이 마서 RBS 이코노미스트는 "인도의 긴축 통화정책이 막바지에 달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올해 안에 한 번 정도 더 기준금리를 올린 뒤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폴란드도 최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올해 더 이상 긴축정책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흥국들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춘 것은 식료품 가격과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5월 초까지 배럴당 110~120달러(서부텍사스원유 기준)였던 국제유가는 현재 10% 이상 하락해 1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 초 인도에서 식품 가격이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최근 몇 주간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수바라만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 달 전만 해도 신흥국들은 당연히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여겼으나 지금은 금리 인상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반면 브라질과 중국은 여전히 물가 상승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9일 기준금리를 연 12%에서 1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브라질의 전년 동기 대비 CPI 상승률은 4월 6.51%,5월에는 6.55%였다. 중국 초상은행은 10일 보고서에서 "5월 CPI 상승률이 올 들어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초상은행은 5월 CPI 상승률이 5.4~5.6%에 달하고 6월에는 6.2%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5월 수입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28.4%로 전달(21.8%)은 물론 예상치(22%)를 웃도는 등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인플레 압력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이태훈/김태완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