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하이네켄 제치고 '수입맥주 1위' 등극

롯데, 유통망·마케팅 강화로 올들어 출고량 36% 급증
기네스도 71% 늘어 4위 도약
일본 맥주 아사히와 아일랜드 흑맥주 기네스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국내 수입맥주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올 1~4월 출고량 기준으로 아사히는 하이네켄(네덜란드)과 밀러(미국)를 제치고 1위에 등극했으며,기네스는 코로나(멕시코)를 누르고 4위에 올랐다.

탄탄한 영업망과 유통망을 가진 롯데아사히주류(아사히)와 디아지오코리아(기네스)가 올 들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국내 수입맥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1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아사히의 올 1~4월 출고량은 3513㎘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 증가했다. 이 기간 수입맥주 전체 출고 증가율(16%)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신장세다. 시장 점유율도 전년 동기 대비 4.0%포인트 오른 27.9%로,전체 수입맥주 브랜드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1~4월에는 하이네켄과 밀러에 이은 3위였다. 하이네켄도 올 1~4월 출고량이 3306㎘로 전년 동기보다 16% 늘어났지만,점유율은 26.3%로 0.1%포인트 상승에 그쳐 아사히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아사히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일본 외식업소 증가와 롯데 유통망의 지원 등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아사히와 롯데칠성음료의 합작사인 롯데아사히주류의 매출은 2006년 120억원에서 지난해 592억원으로 4년 만에 5배 가까이 커졌다. 아사히의 지난해 전체 점유율은 25.3%로 하이네켄(26.2%)에 뒤졌으나,올해는 1위 등극이 확실시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김성찬 롯데아사히주류 마케팅팀장은 "일본식 이자카야 주점 등 아사히 생맥주 취급업소가 크게 늘었고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지속적인 프로모션을 실시한 것이 매출 증가 요인"이라며 "올해부터 배우 차승원 씨를 모델로 기용해 스타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중위권에선 기네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수입 · 유통사인 디아지오코리아가 주력 품목인 위스키시장이 위축되자 작년 하반기부터 수입맥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기네스에 영업 · 마케팅력을 집중한 결과다. 올 1~4월 기네스 출고량은 1211㎘로 전년 동기보다 71%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점유율도 6.6%에서 9.6%로 높아져 1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15ℓ 소용량 생맥주인 케그제품을 내놓고 소규모 업소에 대한 영업을 강화했고 배우 정우성 씨를 모델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며 "기네스 생맥주를 취급하는 업소수가 작년 말보다 40%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100여개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수입맥주 시장은 신세계L&B의 가세로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하캔버그 등 벨기에산 맥주 3종을 이마트에서 판매해온 이 회사는 이달 안에 독일과 체코산 맥주 9종을 새로 들여오는 등 수입맥주 사업에 본격 나선다. 강영태 신세계L&B 관리팀장은 "그동안 국산 맥주와 비슷한 가격대의 저가 맥주를 들여왔는데 앞으로는 프리미엄급과 일반급 등 다양한 가격과 맛의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 시장이 커지자 대형 주류 · 유통업체들이 관련 사업을 앞다퉈 강화하고 있다"며 "맛과 브랜드 인지도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성장기에 들어선 시장인 만큼 수입 · 판매사의 영업력과 마케팅력에 의해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