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천연 염색의류 갈옷, 日ㆍ스웨덴 수출"

현장에서 만난 중기인
양순자 몽생이 대표
제주 한림읍 명월리에 위치한 갈옷 전문업체 몽생이(대표 양순자 · 사진).폐교를 공장으로 다시 꾸민 이 곳에는 널찍한 잔디 운동장에 펼쳐놓은 원단이 방문객을 먼저 맞는다. 길이 10m의 원단을 감물이나 쑥물로 염색해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원단 끝을 쇠파이프로 고정했는데도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뒤엉키기 일쑤다. 양 대표(62)는 "제주의 거센 바람 탓에 건조작업에 애를 먹는다"고 했다.

양 대표가 고향인 제주에 정착,갈옷을 만든 것은 1994년부터다. 미국 뉴욕에 있는 패션전문대학 FIT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에서 미아몰이라는 패션숍을 10여년 운영하던 잘 나가던 패션디자이너였다. 하지만 제주 특유의 천연염색 기법으로 만들어지는 갈옷이 점차 사라지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던 그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제주로 옮겨왔다. 회사 이름도 어린 말을 일컫는 제주 방언인 몽생이로 지었다.

감물을 들여 짙은 갈색을 내는 갈옷은 예전에는 거친 광목으로 만들어 농부 등이 작업복으로 주로 썼다. 옷이 쉽게 더러워져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감물을 입힌 것.이 때문에 제주 갈옷은 아픔,고뇌,배고픔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갈옷은 양 대표 덕분에 고부가가치 천연염색 의류로 거듭났다. 햇볕 차단효과,방습효과,항균효과 등이 탁월해 기능성 의류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회사명인 몽생이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몽생이는 일본 스웨덴 등 해외로도 수출된다. 지난해 수출액은 1억원 안팎.이 회사 매출의 절반 수준이다. 일본 도쿄의 중심가 긴자에 최근 몽생이 제품을 파는 전문매장이 생겼을 정도로 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양 대표는 "천연염색 재료를 사용한 갈옷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힘겨운 수작업을 거치는 터라 몽생이 의류 가격은 비싼 편이다. 티셔츠 한 벌이 5만~6만원,실크 바바리는 68만원에 팔린다. 해외에서는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매장도 이곳 생산공장과 제주시가 운영하는 특산품 전시판매장뿐이다. 양 대표는 "소비자들이 제작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신뢰를 갖고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갈옷의 기능성 강화에 관심이 많다. 양말 티셔츠 등에 화산석 가루를 입힌 제품도 개발했다. 화산석은 혈액순환을 돕는 효능을 갖고 있다. 양 대표는 "앞으로 다시마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천연 재료로 갈옷의 기능을 보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주=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