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부실 눈 감은 예보…수십차례 검사하고도 "문제없다"

● 한경, 예보위 의사록 입수

작년 5월 영업정지 위기에도 "개선 노력" 낙관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는 최근 수년간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를 벌여왔으나 부실을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0일 입수한 예금보험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예보는 2009년 금감원과 공동 검사를 실시한 후 부산저축은행과 도민저축은행에 대해 부실 우려가 없다고 보고 이를 예보위에 보고했다. 두 저축은행은 지난 2월 영업정지됐다. ◆부실 적발 못 했나,안 했나

예보는 2009년 6월10일 열린 제9차 예보위 회의에서 "부산저축은행 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감독 규정에 비해 대손충당금을 초과 적립했다"며 "실제 추가 적립 필요액은 크지 않다"고 보고했다. 이들 저축은행이 PF 대출에 대해 정부의 규정보다 더 엄격하게 충당금을 적립했기 때문에 부실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보가 공동 검사를 실시한 2009년은 부산저축은행이 1조1320억원의 분식회계를 한 때였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은 2009년과 2010년 4000억원에서 9000억원가량의 당기 순손실을 냈는데도 860억원에서 2800억원 흑자를 낸 것으로 분식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예보는 도민저축은행에 대해 "여신에 대한 담보가액 평가가 감독기준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자산건전성이 잘못 분류됐으나 고의성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해명성 보고를 했다. 도민저축은행은 2009년 6월 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6.24%로 금융당국의 '우량' 기준인 8%에 미달했다. 도민저축은행은 2010년에도 자기자본비율이 4~6%대를 맴돌아 적기시정조치 대상으로 거론됐다.

◆저축은행 '낙관론'으로 일관

예보는 금감원과 공동으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총 57개 저축은행에 대해 공동검사를 진행했다. 2009년에는 예보와 금감원 공동검사 실시 저축은행을 12개(2008년 6개)로 2배 늘렸다. 문제는 2009년을 기점으로 저축은행 부실이 가속화됐다는 사실이다. 2008년 말 전년 대비 6000억원 줄었던 저축은행 PF 대출잔액(11조5000억원)은 2009년 말 11조8000억원,2010년 말 12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2009년 예보위 위원은 이승우 예보 사장,이창용 전 금융위 부위원장,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차관,강형문 전 금융연수원장,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등이었다. 지난해 5월 열린 제9차 회의에서도 예보위는 부산저축은행을 포함한 서울 파랑새 신라 창업 토마토 등 저축은행 공동검사에 대해 "저축은행법 개정을 통해 문제를 보완해나가고 있고 자발적으로 개선노력을 할 것으로 본다"며 낙관론으로 일관했다. 이 무렵 금융당국에서 저축은행 영업정지 가능성이 흘러나왔는데도 예보위는 부실 가능성을 무시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