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스마트 통계

업무 때문에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기차와 승용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중독까지는 아니지만 이들 기기가 없으면 약간 불안함도 느낀다. 집을 나서기 전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하고 하루의 일정을 체크한다. 신문기사는 이동 중 태블릿 PC로 읽는다. 기차를 타 보면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아빠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할아버지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서핑을 즐기는 일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스마트폰이 본격 보급된 지 1년 만인 지난해 12월 말 700만대를 기록하더니 올 3월에는 1000만대를 돌파했다. 이런 속도라면 스마트폰이 PC 보급 대수(작년 말 3000만대 추산)를 넘어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듯싶다. 지난주 수척한 모습으로 나타난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말한 것처럼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컴퓨터가 아예 필요 없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증강현실,위치기반서비스(LBS)와 같은 신기술은 삶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영화 예매,은행 송금,주식거래 등 예전에 PC에서만 할 수 있었던 일이 이제 조그만 스마트폰에서 가능해졌다. 그뿐인가. 명함 교환 대신 스마트폰끼리 툭 치면 상대방의 정보가 자동으로 저장된다. 스마트폰으로 바뀐 삶의 방식은 일일이 다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다.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기업들도 스마트폰에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설치,언제 어디서나 일을 볼 수 있는 모바일 오피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이제는 '열심히 일하자(워킹 하드)'가 아니라 '똑똑하게 일하자(워킹 스마트)'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은 재택근무제나 원격근무 방식을 도입한 사업체가 적지만 국가적 아젠다인 '일과 가정의 양립'이나 '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을 생각하면 추세는 더 확산될 것이다.

지난해 유엔이 192개국을 대상으로 격년으로 실시하는 전자정부 평가에서 한국 전자정부 시스템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제는 정부도 전자정부를 넘어 스마트 정부로 가야 한다. 통계청도 국가통계포털(KOSIS)을 스마트 기기에서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를 확대 개발 중이다. 통계가 인생의 나침반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사용하려면 여전히 어려운 존재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가그래프를 살피고,주식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통계도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지식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통계를 활용하는 데 있어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버블차트와 지도 이미지 등 시각화 요소를 최대한 반영해 직관적인 통계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사용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날씨와 주가를 확인하는 것처럼 학업,연구,비즈니스에 스마트 통계를 수시로 활용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지지 않을까.

이인실 < 통계청장 insill723@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