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 강조 뒤 동결…경기둔화 지적 후 인상, 한은 금리 시그널은 逆정보?

시장에 일관된 신호 보내는 美·유럽 중앙은행과 대조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지난 4월 기준금리를 연 3.0%로 동결한 뒤 "금리 정상화 의지는 매우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전문가들은 5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그러나 5월 기준금리는 동결됐다. 그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하방 위험을 훨씬 더 세심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다며 6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지만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 때문에 한은이 혼란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한은 총재 발언이 역정보"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김 총재 취임 이후 한은의 금리 결정이 시장 흐름과 어긋나는 일이 많아졌다고 지적한다. 올 들어서도 1월과 5월,6월 금리 결정이 시장의 예상과 달랐다.

전문가들은 금리 결정이 반드시 시장 전망과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은이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주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일부에선 "김 총재의 발언을 역으로 해석해 금리 전망을 할 정도"라는 말도 나온다. 한은이 금통위 직후 내놓는 통화정책 방향 의결문에서도 정책 방향을 읽을 수 없다는 비판이 많다. 지난달과 이달 기준금리 결정은 동결에서 인상으로 달라졌지만 통화정책 방향 의결문의 결론 부분은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히 유지되도록 하는 데 보다 중점을 둔다"로 변화가 없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중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것이 의결문의 취지"라고 말했다.

◆ECB · FRB는 '키워드'로 소통

선진국 중앙은행은 어느 정도 약속된 표현을 통해 통화정책 방향을 암시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시점이 다가오면 물가에 대한 '강한 경계(strong vigilance)'가 필요하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3월 통화정책회의 기자회견에서 이 표현을 쓴뒤 4월 기준금리를 1.0%에서 1.25%로 인상했다. 그는 지난 9일 통화정책 회의 직후에도 다시 '강한 경계'를 언급,7월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상당 기간(for an extended period)'이라는 표현을 통해 0~0.25%의 저금리 상태를 지속할 것임을 암시한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사상 처음으로 열린 올 4월 기자회견에서 "성명서에서 '상당 기간'이라는 말이 삭제되면 그로부터 3개월 정도 후에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통화정책 방향 의결문의 내용을 보강하고 금통위의 만장일치 여부를 당일 공개하는 등 경제주체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며 "선진국 중앙은행만큼 정교한 표현을 사용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