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소재로 빚어낸 위트와 해학…유안진 시집 '둥근 세모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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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장난 같은 위트와 해학 속에 천천히 곱씹을 만한 것들이 숨어있다. '말 되게 말 안 되게' 혹은 '미문(未文)으로 비문(非文)으로' 썼다는 간결한 시들이 독자의 가슴을 두드린다.
시인 유안진 씨(서울대 명예교수 · 70 · 사진)가 새 시집 《둥근 세모꼴》(서정시학 펴냄)을 내놓았다. 짧은 형태의 서정시를 가리키는 '극서정시(極抒情詩)'시리즈 중 한 권이다. 시작법(詩作法)상 직전 시집인 《거짓말로 참말하기》(천년의시작 펴냄)를 한층 심화시킨 것이라는 게 시인의 설명이다.종교와 신화,예술과 페미니즘 이외에도 옛 애인과 흘러가는 세월 등 일상생활 속의 다양한 재료들을 갖고 재치있게 빚어냈다. 공통점은 절제된 시문이 주는 감동의 여백이 크다는 것이다.
'봤을까?/ 날 알아봤을까?'('옛날 애인' 전문)
'어제는/ 나 그대와 같았으나/ 내일은/ 그대가 나와 같으리라.'('은발이 흑발에게' 전문)웃음이 배어나오는가 싶다가도 삶의 연륜이 가득한 성찰의 깊이에 숙연해진다.
'밤중에 일어나 멍하니 앉아 있다// 남이 나를 헤아리면 비판이 되지만/ 내가 나를 헤아리면 성찰이 되지// 남이 터뜨려 주면 프라이감이 되지만/ 나 스스로 터트리면 병아리가 되지// 환골탈태(換骨奪胎)는 그런 거겠지.'('계란을 생각하며' 전문)
'불빛 한 점이 마주 오고 있다/ 충돌위험에 경고신호를 보내도 막무가내다/ 무전을 쳤다 "10도 우향하라"/ 응답이 왔다 "10도 좌향하라"/ (중략)/기가 찬 함장은 최후통첩을 보냈다/"여긴 군함이다. 명령 무시하면 박살난다"/응답이 다시 왔다/"여긴 고장난 등대다. 지시 무시하면 박살난다. "('오만과 편견' 부분)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시인 유안진 씨(서울대 명예교수 · 70 · 사진)가 새 시집 《둥근 세모꼴》(서정시학 펴냄)을 내놓았다. 짧은 형태의 서정시를 가리키는 '극서정시(極抒情詩)'시리즈 중 한 권이다. 시작법(詩作法)상 직전 시집인 《거짓말로 참말하기》(천년의시작 펴냄)를 한층 심화시킨 것이라는 게 시인의 설명이다.종교와 신화,예술과 페미니즘 이외에도 옛 애인과 흘러가는 세월 등 일상생활 속의 다양한 재료들을 갖고 재치있게 빚어냈다. 공통점은 절제된 시문이 주는 감동의 여백이 크다는 것이다.
'봤을까?/ 날 알아봤을까?'('옛날 애인' 전문)
'어제는/ 나 그대와 같았으나/ 내일은/ 그대가 나와 같으리라.'('은발이 흑발에게' 전문)웃음이 배어나오는가 싶다가도 삶의 연륜이 가득한 성찰의 깊이에 숙연해진다.
'밤중에 일어나 멍하니 앉아 있다// 남이 나를 헤아리면 비판이 되지만/ 내가 나를 헤아리면 성찰이 되지// 남이 터뜨려 주면 프라이감이 되지만/ 나 스스로 터트리면 병아리가 되지// 환골탈태(換骨奪胎)는 그런 거겠지.'('계란을 생각하며' 전문)
'불빛 한 점이 마주 오고 있다/ 충돌위험에 경고신호를 보내도 막무가내다/ 무전을 쳤다 "10도 우향하라"/ 응답이 왔다 "10도 좌향하라"/ (중략)/기가 찬 함장은 최후통첩을 보냈다/"여긴 군함이다. 명령 무시하면 박살난다"/응답이 다시 왔다/"여긴 고장난 등대다. 지시 무시하면 박살난다. "('오만과 편견' 부분)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