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윤증현 "라가르드 佛 재무 설득…IMF개혁 유럽 양보 받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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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인으로 돌아간 윤증현 前 기획재정부 장관…국제사회 '마당발'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특유의 소탈한 성격과 솔직한 화법으로 외국 장관들과도 격의 없이 지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직에 도전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과는 주요 20개국(G20)회의 때 긴밀히 손발을 맞췄고 인간적으로도 막역하게 지냈다.
라가르드 장관의 IMF 총재직 출마에 대해선 지지 발언을 숨기지 않았다. "라가르드 장관은 슈퍼우먼입니다. 고등학교 때 싱크로나이즈드 수영 국가대표였고,20년간 미국 대형 로펌의 최고경영자(CEO)도 지냈습니다. 능력과 품성 모든 면에서 최고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뛰어나요. 서울 G20 정상회의 때도 유럽 국가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IMF 쿼터 개혁에 반대한 유럽국가 설득에 적극 나서 우리를 도와줬는데,지금 우리가 좌고우면하고 있으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
그는 라가르드와는 '같은 방을 쓰고 보트도 빌려 탄 사이'라고 농담삼아 얘기했다. "지난 2월 파리 재무장관 회의 때 라가르드가 본인이 묵는 방으로 나를 초대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눴어요. 여성 장관이 자기 방으로 다른 나라 재무장관을 초대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입니다. 회의시간에 늦을 때는 개인 전용 보트를 내줘서 센강을 가로질러 회의장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
윤 전 장관이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 때 휠체어를 타는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의 눈높이를 감안해 허리를 숙여 대화한 사진은 국제사회에서 두고두고 회자됐다. 그는 "쇼이블레 장관은 10년 전 정적으로부터 총격을 입어 하반신이 마비된 채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데,그와 얘기할 때마다 무릎높이로 자세를 낮추고 회담장에 입장할 때도 내가 직접 휠체어를 밀고 들어갔다"며 "환율 문제를 해결할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마련을 놓고 막판까지 반대한 쇼이블레 장관 마음을 움직인 것도 이런 진정성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