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의궤 환영, 그러나 5년 뒤엔…

"프랑스 문화부 장관과 국립도서관장,사서들까지 외규장각 의궤의 한국 반환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영구 반환'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프랑스 법을 바꿔야 하고,그러려면 수년간의 토론과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때로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쓸 필요도 있다. "

약탈당한 지 145년,환수 추진 55년 만에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 환영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현 하원의원)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영구 반환'이 아닌 '5년 임대 갱신 방식'인 이유에 대해 "빨리 돌려주기 위한 실용적 대안"이라고 답했다. '느림의 철학'으로 유명한 그의 대답 치고는 의외였다. 그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시절인 1983년부터 1992년까지 문화부 장관을 지내며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해왔다. 2009년 12월 대북특사로 지명된 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설득해 이번 일을 성사시킨 공로로 프랑스를 대표해 방한한 것.그는 도서 귀환에 대해 기쁨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표면적으로는 5년 갱신 대여라는 형식을 띠지만,프랑스의 어떤 행정부도 갱신에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구 반환의 가능성과 구체적인 방식을 묻는 질문엔 묵묵부답이었다.

프랑스는 1994년 독일과 20년간의 줄다리기 끝에 2차대전 기간 중 강탈당했던 모네,고갱,세잔 등의 그림 28점을 영구 반환받고,18~20세기 문서 30박스와 프랑스 기독교 역사에 관한 733개의 마이크로 필름도 완전히 돌려받았다. 프랑스가 '압류' 등 강압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문화재를 반환받아온 방식과 이번 협상은 대비된다.

외규장각 도서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리고 환수를 위해 평생을 바쳐온 재불 서지학자 박병선 박사는 "도서가 영원히 한국 땅에 남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 장기간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요란한 환영 행사보다 "외규장각 문화재의 완전 반환을 위해 장기적인 전략으로 5년,10년 뒤를 대비하자"는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의 제언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김보라 문화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