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비흡연자·여성 폐암환자 급증…맞춤형 '표적항암제' 뜬다

돌연변이 유전자 표적치료…기존 화학요법보다 부작용 적어
화이자 '크리조티닙' 美FDA 신약승인 신청
폐암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하며 국내에서 사망률 1위를 기록하는 암이다. 중앙암등록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암으로 사망한 환자 6만9780명 중 21.4%인 1만4919명이 폐암으로 사망했다. 사망률에서는 2000년 위암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이래 여전히 수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사망률이 높은 원인은 폐암은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 증세가 거의 없거나 증상이 기침 · 가래처럼 가벼워 조기 발견이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폐암은 기본적으로 흉부 X-레이 촬영을 통해 진단하며 컴퓨터단층촬영(CT)과 미세침흡인세포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폐암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흡연.일반적으로 남성은 폐암 사망자의 90%,여성은 80%가 담배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 남성은 폐암 발생 확률이 약 23배,흡연 여성은 약 13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런데 주로 남성과 흡연자가 폐암에 걸린다는 공식은 점차 깨지고 있다. 비흡연자나 여성에서도 흔하게 발병하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 자료에 따르면 50~60대를 중심으로 여성의 폐암 발병률은 증가 추세에 있다. 흡연자가 걸리는 폐암과 비흡연자에게서 나타나는 폐암은 다른 질병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유전자 변이에 따른 폐암 발생률은 비흡연자가 흡연자보다 2배나 높은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폐암치료는 생체표지자(Biomarker) 검사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표적항암제를 선택하는 맞춤형 치료로 나가고 있다. 이미 대표적인 폐암 표적치료제인 이레사는 EGFR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들에게 표준 항암화학요법과 동등하거나 더 나은 효과를 보였다.

올 1월에는 세계 최초의 역형성림프종키나제(ALK) 억제 표적항암제인 화이자의 '크리조티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기 위해 신약승인신청서를 제출했다. 크리조티닙은 ALK를 억제해 종양 세포의 성장과 생존에 중요한 다양한 세포 내 신호경로를 차단한다. 크리조티닙은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중 'ALK 변이 양성 비소세포암'에만 효과를 보이지만 놀라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체 폐암 중 비소세포폐암은 75~80%를 차지하며 이 중 3~5%가 ALK 양성이다. 김동완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표적항암제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구토 탈모 면역력저하 등의 부작용이 적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며 "크리조티닙의 등장은 새로운 대안치료제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