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그림자 인터넷' 통해 민주화 지원
입력
수정
독재 국가가 통신망 차단해도 무선망 통해 휴대폰·SNS 가능미국 정부가 독재국가들의 민주화를 위해 '그림자 인터넷 · 이동전화(shadow internet and mobile phone system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독재국가 정부가 반정부 민주화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 통신망을 차단해도 반체제 인사나 시위자들이 인터넷과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외국의 반정부 인사들이 자국의 통신망을 이용하지 않고 광범위한 지역에 무선망을 구축해 인터넷,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internet in a suitcase)가 진행되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이 기술은 소형 무선 안테나,노트북 컴퓨터,이동식 메모리 드라이브와 CD,전송 케이블을 담은 서류가방을 갖고 다니다가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가 통신망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휴대폰과 컴퓨터 사이에 이메일,사진,음성을 주고받는 시스템이다. 미 국무부는 기술 개발에 200만달러를 지원했다.
미 정부는 탈레반을 상대로 대테러전을 벌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독자적인 무선 전화망도 개설해 운영 중이다. 현지 미군 기지에 통신타워를 설치해 아프간 정부의 통신망을 차단하는 탈레반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미국의 소리(VOA)' 등 라디오를 통해 독재국가에 방송을 내보내 왔다. 하지만 최근 중동 독재국가들에서 발생한 민주화 시위 억압과 확산을 계기로 그림자 인터넷과 이동전화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게 됐다. 휴대폰과 트위터,페이스북 등 인터넷 소셜미디어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을 축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NYT는 북한 주민들이 국경을 넘어 단둥 등 중국 지역과 휴대폰으로 통화하고 있는 사례도 소개했다. 북한 쪽 야산에 중국산 휴대폰을 미리 묻어 놓고 북한 주민들이 야간에 이를 파내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과 통화해 왔다는 것이다. 인근의 중국 내 이동통신 타워를 활용한 방법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