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입히고 디자인 바꾸니… 줄자·용접기 매출 '껑충'

중국산보다 10배 비싸도 잘 팔리는 코메론 줄자
프로테크 용접기 감성 디자인 도입 후 점유율 20%로 올라

줄자 분야 세계 3위의 강소기업 코메론.이 회사의 산업용 줄자 가격은 비슷한 성능의 중국산 줄자보다 최고 10배가량 비싸지만 날개 돋친 듯 팔린다. 한국산이라는 이유에서가 아니다. 이 회사는 대부분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한다. 그렇다고 품질 차이가 10배나 나는 것도 아니다. 이 회사 관계자가 설명하는 코메론의 가장 큰 장점은 '남다른 디자인'이다. 산업용품임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디자인 등록건수는 특허보다 많다. 이 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후발 업체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이유다.

의약품 정제분류 포장기를 생산하는 JVM은 최근 신형 포장기를 개발하면서 외형에 변화를 줬다. 날카로운 모서리를 부드럽게 바꾸고 노출된 힌지(경첩)를 안으로 숨겼다. 외벽에 포인트 컬러도 넣었다. 사이즈를 슬림하게 줄이고 유리 벽체를 확대해 내부 공정을 잘 확인할 수 있도록 바꿨다. 회사 관계자는 "공업용 기기 특유의 '회색 사각 모양'을 탈피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바뀐 디자인을 적용한 2008년 매출액이 전년보다 130% 증가한 것.

산업기기와 산업용품 분야의 디자인 열풍이 거세다. 수율 향상,동선 최소화 등 효율 극대화만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던 기계 제품들이 색상과 곡선미를 갖추기 시작했다. 중국 등 후발 업체들이 가파르게 추격해오자 업체들이 디자인을 통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코메론은 국내 상주인원이 87명에 불과하지만 디자인경영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술개발에서 설계,영업까지 디자인을 고려하는 디자인 경영체제를 갖추고 있다. 세계 지역별 디자인 트렌드를 분석해 지역별로 다양한 디자인을 내놓는 것도 이 회사의 장점이다. 이 회사 신금랑 차장은 "휴대폰 케이스,화장품 케이스 등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한다"며 "산업용구 시장도 디자인 트렌드를 외면하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전기아크 용접기를 만드는 프로테크산업도 디자인 개선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 회사는 철판으로 돼 있던 전면부를 플라스틱으로 교체하고 각진 모서리를 둥굴게 처리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온 때문에 금속 소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내열 플라스틱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었다"며 "공업용 제품이지만 가정용 기기처럼 감성적인 느낌을 높였다"고 말했다. 제품 전면엔 손잡이를 달고 손잡이가 범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디자인이 도입된 후 주문이 늘어나면서 이 회사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4%에서 20%로 수직 상승했다. 3국산업도 산업현장에서 나오는 다용도 호스릴의 디자인을 변경해 효과를 보고 있다. 딱딱하고 직선적인 디자인을 곡선으로 바꾸고 원색을 입혔다. 벽이나 천장에 탈착할 수 있도록 브래킷도 달았다. 회사 관계자는 "디자인 변경 후 미국 영국 덴마크 등에서 바이어들의 구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동철 디자인진흥원 과장은 "해외 바이어들의 디자인 개선 요구가 커지다 보니 중소기업들도 디자인진흥원에 협조를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생산환경 개선과 창의적 작업공간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산업용 제품의 외관도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