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는 스크루플레이션"

중산층 소득 쥐어짜는 高물가…경기회복기에도 소비 침체
미국 경제가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 상황에 처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쥐어짜기를 뜻하는 '스크루(screw)'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이 합쳐진 말이다.

미국 헤지펀드 시브리즈파트너스의 더글러스 카스 대표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산하 투자 사이트인 배런스닷컴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 경제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인플레이션)보다 더 해결하기 어려운 스크루플레이션 상황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그는 "스크루플레이션은 물가 상승과 실질임금 감소 등으로 중산층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중산층을 쥐어짜기 때문에 경기 회복기에도 이들이 적극적으로 소비를 하지 않아 경제가 제대로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소비 증가에 대해 "지속적인 현상이 아니라 경기침체 피로감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금융위기로 장기간 소비를 억제해오다 경기 회복 기대로 중산층이 일시적으로 소비에 나섰지만 이 같은 소비 증가는 오래가기 힘들다는 얘기다.

카스 대표는 중산층의 가처분 소득 감소 요인으로 물가 상승과 함께 실질임금 감소 및 주택 가격 하락,주가 정체,임시직 증가 등을 꼽았다. 또 1970~1980년대와 달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폴 볼커 전 의장 같은 사람이 없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볼커는 1979~1987년 FRB 의장을 지냈으며 2차 오일쇼크 등으로 물가가 올라가자 기준금리를 연 20% 선까지 올리며 물가를 잡았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