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영수회담…반값 등록금 담판 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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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민생 경제회담 열자" MB "빠른 시일 내 만날 것"…6월 중 회동 가능성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13일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만나고 싶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반값등록금,물가,가계부채,전 · 월세 등 민생경제에 대한 긴급회담방식이다. 이에 이 대통령이 "진정성있는 대화라면 환영한다"고 화답해 이르면 이달 중 여야 영수회담이 점쳐진다. 영수회담이 성사될 경우 두 사람 간 회동은 2008년 5월 이후 3년여 만이다. 이 대통령은 2008년 9월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와 회동을 가진 적이 있는데 세 번째 영수회담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서로 "민생 얘기면 OK"손 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며 대학생과 학부모들이 광장에,길거리에 나오고 있고,물가,일자리,저축은행 부실,가계부채 등의 민생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긴급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손 대표의 이날 제안은 청와대와 전혀 사전조율 없이 이뤄졌다. 그는 "이 시점에 여야가 따로 어디 있느냐.대통령께서 천둥소리와 같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흉금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민생을 걱정하면서 그러시는 건데 이러고 저러고 토 달 이유가 없다"는 뜻을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손 대표 측에게 전했다. 김 수석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민생에 관해 대화 제의를 했는데,민생이라면 나도 손 대표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 의제와 시간을 조율해서 빠른 시일 내에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양측 이해관계 맞아 떨어져영수회담 제안 배경과 관련,박선숙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한나라당 안에 중심이 없어 어수선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중심을 잡고 민생 위기를 풀어야 한다는 인식"이라며 "하반기부터 총선 정국으로 들어가는 정치여건을 감안할 때 영수회담 마지노선은 6월이라는 생각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곧 구체적인 의제 선정 등을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가 마주 앉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임기 말 레임덕 논란 속에서 국정 장악력을 유지하려는 이 대통령,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1 대 1 대선 구도를 만들려는 손 대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값등록금 문제 등 민생 현안에 여야 모두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현실도 회동 성사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올해 초 두 차례에 걸쳐 회담할지 여부를 놓고 부딪친 적이 있어 성급히 판단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없지는 않다. 또 지금까지 영수회담의 뒤끝이 개운치 않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여권 관계자는 "감세 철회 등 손 대표가 민감한 문제를 들고 공세적으로 나오게 되면 회담은 과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형호/홍영식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