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후순위채 피해자 직접 구제" 논란

금감원, 불완전 판매 확인 땐 일반채권 전환
예금자 등 선순위 채권자 "몫 적어진다" 반발
금융감독원이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을 매입했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를 직접 구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일부 불완전 판매 후순위채권을 일반채권으로 바꿔 조금이라도 받아가게 해준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반채권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적지 않아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금감원은 오는 20일부터 8월31일까지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 피해자 신고센터를 운영한다고 13일 발표했다. 신고센터는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과 부산 대구 대전 광주 4개 지원에 설치한다. 금감원은 후순위채 판매 과정에서 저축은행이 약관과 리스크를 투자자에게 제대로 설명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특히 불완전 판매가 명백하게 확인되는 경우에는 금감원의 '금융분쟁 조정위원회'에서 피해 보상 여부를 심의하기로 했다. 금융분쟁 조정위원회를 거치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보다 빠르고 쉽게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투자자들 "정보 없이 강매당해"

후순위채권은 발행 기업이나 기관이 파산했을 때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부채를 청산한 다음 돌려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닌 데다 이름대로 자금 회수 순위도 가장 뒷자리여서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저축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제대로 발표하지 않았고 직원들도 후순위채권의 위험성이나 조건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강매했다고 주장한다. 한 부산저축은행 후순위채권 투자자는 "우리만큼 안전한 곳이 어디 있느냐며 멀쩡한 예금통장을 바꾸도록 수차례 전화하고 일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후순위채 통장으로 바뀐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반 채권자들 몫 줄어들 듯

후순위채 투자자들에 대한 보전액이 커지면 커질수록 기존 채권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같은 '파이' 내에서 분배 순위를 일부 조정하는 것뿐이다. 금융감독 당국이 이 같은 '아랫돌 빼 윗돌 괴는' 보상 방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정치권이 있다. '표 떨어지는 소리'에 예민한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당국에 압력을 넣어 만든 선심성 정책인 셈이다. 민병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 채권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도 문제지만 '떼법'으로 정치 이슈화하면 당초 보상받지 못할 투자자에게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탓에 피해를 본 투자자 가운데도 후순위채권자와 5000만원 초과 예금 보유자들 사이에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삼화저축은행의 경우 선순위인 5000만원 초과 예금 보유자들과 후순위채권 보유자들이 서로 다른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활동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에 5000만원 넘게 예금한 투자자는 "후순위채권을 보상해주면 그만큼 내 몫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며 "정당한 이유 없이 후순위채권자들도 보상해주는 것은 절대 반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후순위채권발행기관이 파산했을 때 가장 나중에 변제받는 채권.대신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저축은행 발행이율은 연 8%대다. 통상 5년 만기이며 중도 해지가 불가능하다. 매달 또는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한다. 금융위원회는 향후 저축은행 창구에서 후순위채를 팔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