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귀에서 매미 소리가…" 스트레스로 이명 앓는 남성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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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소리청한의원컴퓨터프로그래머 한상진 씨(46)는 얼마 전부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야근을 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고음의 '삐'소리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이명(귀울림)'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 주는 혈액순환제를 먹고 낫는 듯했지만 효과는 잠시뿐 이명에다 난청,불면증까지 찾아와 머리가 뜨겁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가 지속됐다. 한씨의 이명은 소음이 원인이 아니어서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도 들지 못한다.
서울 용강동의 마포소리청한의원(원장 유종철)이 이곳을 찾은 30~50대 이명환자 240명을 분석한 결과 사무직군이 45.4%(109명)로 가장 많았으며 생산직 · 자영업 · 서비스직 등이 20.4%(49명),주부 18.8%(45명),무직 6.3%(15명),학생 5.4%(13명),은퇴노인이 3.7%(9명)를 각각 차지했다. 절반 가까이가 사무직 종사자이고 남성이 72%(172명)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유종철 원장은 "과거에는 90dB 이상의 소음에 노출된 생산직과 군인에게서 이명이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했지만 최근 들어 사무직 직장인 환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명이 스트레스 혹은 과로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이명은 청각기관 주변의 혈관에 이상이 있거나 청각기관 자체에 이상이 생긴 경우에 생긴다. 단일성 고주파 순음(純音),모기나 매미소리,파도소리,기차소리 등이 들리는 현상으로 어지럼증과 구토,난청을 동반하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오장육부의 불균형과 스트레스에 의한 면역력 저하를 원인으로 꼽는다. 유 원장은 "한의학에서 귀는 오장육부 가운데 신장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는데 신(腎)이 손상돼 정기가 허약해지면 뇌수 부족으로 인해 머리가 어지럽게 되고 귀에서 소리가 나며 잘 듣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무턱대고 신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한약을 쓰면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데 바로 스트레스가 원인인 이명의 경우다. 사무직처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군은 머리와 심장의 열감부터 우선 내려주고 신장의 정기를 보호하는 한약을 처방해 오장육부의 균형을 맞춰주고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력을 증강시켜야 한다고 유 원장은 강조했다.
마포소리청한의원에서는 스트레스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적외선체열진단 검사를 시행한다. 스트레스가 치밀어 오르는 사람에선 흉복부와 머리위쪽이 붉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 한의원은 열을 식혀주는 처방으로 '청이단(淸耳丹)'을 쓴다. 열을 내리는데 효과적인 조구등과 백질려,기혈순환을 촉진시키는 원지와 석창포,신장과 간장의 기운을 보호하는 산수유와 녹용 등 6가지 주요 한약재로 구성돼 있다. 만약 상열감(上熱感)이 너무 강하거나 이명소리가 지나치게 큰 경우에는 '이명탕'을 병행 처방한다. 이와 함께 △경락약침요법 △시상하부를 자극해 백혈구와 T-임파구 등 면역세포 생성을 촉진시키는 봉독요법 △레인보우 기 치료 등을 병용하고 있다.
레인보우 기 치료는 2002년부터 한의학계에 도입된 물리치료법으로 빛과 전기 자극으로 인체 에너지를 활성화시키고 주요 경혈점을 자극해 손상된 면역체계를 정상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빨강 초록 노랑 등 삼원색 조명을 이용한 레인보우 광선치료와 몽당연필 형태의 금색봉에 전기자극을 가하는 레인보우 음양치료로 구성돼 있다.
유 원장은 "이명은 본인 이외에 아무도 특정소리를 듣지 못하는 철저히 주관적인 질환이기 때문에 혈액순환개선제나 신경안정제 등의 약물을 투여하는 천편일률식의 치료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환자 개별 건강상태에 맞춰 달리 치료해야 효과가 빠르고 좋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명은 치료 후에도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능력을 꾸준히 키워야 재발이 최소화된다"며 "땀을 낼 수 있는 유산소 운동,충분한 수면과 고른 영양 섭취가 가장 중요하며 상열감이 든다면 삼계탕 등 보양식품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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