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실명 부르는 당뇨망막병증…망막 정기검진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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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종우 김안과병원 망막병원장시력에 이상이 생겨 필자의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오랫동안 당뇨병을 앓아온 사람이 많다. "식사 조절도 운동도 칼 같이 해와서 이젠 혈당 조절이 일상생활의 하나가 됐다"며 건강에 자신감을 표하는 환자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당뇨망막병증 진단을 내릴 때는 전문의로서 마음이 아프다.
당뇨병으로 높은 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에 다양한 문제가 생긴다. 그중에서도 미세혈관들이 취약하다. 신장,손끝,발끝 등 미세한 혈관들이 밀집한 부위부터 망가지기 시작한다. 눈도 그 중 하나다. 망막이 주된 공격 대상이다. 당뇨인구 500만명을 넘어선 한국에서 당뇨망막병증은 녹내장,황반변성과 함께 3대 실명질환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을 5년째 앓고 있는 환자의 30%,10년 이상 된 환자의 50% 이상에서 혈당 조절을 열심히 해도 실명을 초래하는 '당뇨망막병증'이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30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은 당뇨를 앓고 있으며 이 중 16.5%가 당뇨망막병증을 진단받았다.
과거와 달리 당뇨병의 치료 수준이 좋아지면서 환자의 생존 기간이 늘어 유병 기간이 길어진 것이 원인이다.
전반적으로 뿌옇게 보이는 백내장,시야의 가장자리부터 시력을 잃어가는 녹내장,사물이 휘어 보이는 황반변성과 달리 당뇨망막병증 초기에는 이렇다 할 증상이 없다. 당뇨망막병증이 말기로 접어들면 황반이 붓고 출혈 등이 일어나면서 갑자기 사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땐 이미 손쓰기 어려운 실명 단계다. 따라서 정기 망막검진을 통해 조기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눈에 산동제를 점안한 후 형광안저촬영,안구컴퓨터단층촬영(OCT)을 해보면 증상이 없어도 당뇨망막병증이 생긴 것을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다. 최근엔 당뇨망막병증으로 인해 떨어진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법도 생겼다. 올 3월 당뇨병성 망막병증으로 인한 시력 저하의 주범인 황반부종을 치료하는 '루센티스'라는 약물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치료 적응증을 인정받았다. 마취 점안액을 넣고 유리체 속에 미세한 주사바늘을 꽂고 약물을 주입한다. 기존 레이저 치료,유리체 절제술 등에 비해 비교적 시술이 간편하다.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당뇨병 진단과 동시에 안과를 방문할 것을 권한다. 1형 당뇨병의 경우 고혈당이 시작된지 5년 정도 지나야 망막병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당뇨병 발견 후 5년 내에,2형 당뇨병은 진단 전 고혈당 지속 기간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바로 첫 안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당뇨망막병증은 기존의 혈관이 파괴되면서 새로운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생겨난 증식성 당뇨망막병증과 새 혈관이 없는 상태인 비증식성 당뇨망막병증으로 나뉜다. 첫 검사에서 초기 비증식 당뇨망막병증을 진단받은 경우에는 매년 한 번씩,중기 비증식 당뇨망막병증인 경우 4~6개월에 한 번씩,심한 비증식 당뇨망막병증이거나 증식 당뇨망막병증일 때는 망막 전문의의 권고대로 자주 검사를 받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