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워런 버핏이 한국서 회계사 만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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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로 재무정보 해외이용 증가…CEO가 나서 오해ㆍ위험 없애야우리나라 상장법인들은 올해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사업보고를 하도록 돼 있다. 국제회계기준의 도입은 기업 운영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첫째,연결재무제표가 주 재무제표로 보고됨에 따라 경영자의 보고책임이 커지게 된다. 관련 법규의 정비가 이뤄지겠지만,지배 회사의 경영진이 연결 재무 보고의 대상이 되는 회사 전체에 대한 궁극적인 재무보고 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배회사 경영자는 연결 대상이 되는 종속회사와 주요 투자회사에 대한 내부 통제제도와 재무보고 과정에 대한 통제를 직접 챙겨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종속회사에 대한 내부 통제제도의 강화는 시급한 사항이라 할 수 있다.
둘째로 국제회계기준에서는 기업의 자율적 판단의 폭이 크게 확대되고,재무제표에 표시할 항목의 선택도 자유로워지게 된다. 경영자가 이런 변화를 잘 활용해 재무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면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반면,소극적으로 대응하게 되면 불필요한 오해와 재무보고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국제회계기준으로 작성된 재무제표가 발표되자 벌써 언론 등에서는 회계기준의 변화에 따른 착시효과가 예상보다 크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 큰 위험 요인은 재무보고의 글로벌화가 실현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 기업의 재무정보에 대해 외국 투자자가 의문을 제기할 경우,한국 회계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으로 많은 것을 비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재무제표가 보고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제회계기준은 회계분야의 국제 공용어이다. 즉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재무보고를 한다는 것은 한글로 사업보고서를 공표하던 것에서 영어로 작성된 보고서를 공표한다는 의미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사업보고서를 보는 해외 이용자가 증가하고,그들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재무 보고를 분석할 것이므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문의나 이슈 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의 어느 소도시 대학에서 글로벌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사례로 다루다가 회계처리의 중대한 오류를 찾아냈다는 뉴스를 보면 이제 우리나라 기업도 세계 어느 구석에서 누가 자신의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위험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나라의 최고경영자 중 회계는 담당임원과 관련 전문직원에 맡겨두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최고경영자는 대부분 재무보고 관련 사항을 직접 챙기는 편이다. 이는 기업의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아 경영을 담당하는 대리인으로서 경영성과에 대한 보고책임을 다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재무보고 과정에서 얻는 지식이 기업 경영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보완사항을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초에 투자 회사 점검차 대구를 방문한 워런 버핏이 해당 기업의 감사인(회계법인)을 직접 만나고 간 것도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현황과 재무 실태를 감사인의 시각을 통해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고 경영자가 재무 보고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면 기업 경영상태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의 재무정보가 글로벌 분석의 대상이 되어 감에 따라,재무위험도 글로벌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최고경영자들도 관심과 의지를 가지고 이런 위험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안경태 < 삼일회계법인 회장 / 객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