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깨질라…'국영 메가뱅크' 비판에 결국 백기

돌변한 금융당국 "産銀, 우리금융 입찰 참여 불허"
금융지주사법 시행령 개정 '걸림돌' 제거 고육책
KBㆍ신한 참여 불투명…우리금융 매각 산넘어 산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지주 입찰 참여를 불허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이유로 '국민적 공감대 부족'을 꼽았다. 야당은 물론 상당수 여당 의원들까지 국책금융기관인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 추진을 반대한 데다 여론마저 부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발언이다.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정부가 산은지주에 빠지라는 입장을 전달함에 따라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법 시행령을 바꿔 금융지주사 간 경쟁을 유도하려 했던 금융당국의 계획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입찰 참여에 부정적인 KB금융 신한지주 등의 태도가 아직은 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돌변한 금융당국

"산은지주도 경쟁자의 하나일 뿐"이라며 입찰 참여를 허용할 것처럼 말해 왔던 김 위원장이 돌연 '산은지주 배제' 쪽으로 급선회한 배경에는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금융 매각을 위한 '판' 자체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매각을 위한 선결 조건인 금융지주사법 시행령 개정이 난관에 봉착해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기 어려운 현실이 감안됐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산은지주의 입찰 참여를 봉쇄한 뒤 국회를 설득해 시행령 개정에 나서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속내다.

실제로 금융위는 금융지주사가 공적자금이 투입된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할 때 지분의 50% 이상만 확보하면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도록 시행령에 예외 조항을 두는 초안을 마련했으면서도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보고조차 하지 못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야가 함께 반대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을 정리한 만큼 의원들을 설득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매각 무산되나

시행령이 개정된다고 해도 우리금융 매각이 성공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우리금융 측은 산은지주의 입찰 참여가 배제되자 안도하면서도 민영화 자체가 늦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국책은행인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의 정부 지분을 인수해 민영화하겠다는 논리가 비상식적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귀결이지만 민영화가 또다시 불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오는 29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할 곳이 있겠느냐다. 두 곳 이상이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유효경쟁 요건 미비로 매각 절차가 무산된다.

금융계 관계자는 "당국이 시행령을 급하게 고치더라도 이달 말 LOI를 제출할 금융지주사가 나오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매각 절차가 또 한번 무산됐다가 연말께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KB 하나 등에 관심지금으로선 시행령 개정을 전제로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할 수 있는 금융지주사는 KB금융 정도다. '실탄'이 가장 넉넉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KB금융 측은 "경영 정상화 후 새로운 인수 · 합병을 진행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가 성사될 것인지가 변수다. 론스타 측과 계약 기간 연장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우리금융 인수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금융계의 관측이다. 신한금융은 "여력도,의지도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 측은 분산 매각을 선호하고 있지만 민영화 원칙에 동떨어져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얘기다.

류시훈/조재길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