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중동 석유화학 플랜트 '제2 호황'…복합화력 발전만 400억弗 시장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중동을 중심으로 한 해외수주가 하반기부터 크게 증가하며 건설업황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중동지역의 석유화학 플랜트에서 2005~2007년의 1차 호황기에 이어 두 번째 호황기가 기대된다. 다음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발전플랜트 분야의 확대가 예상된다. 특히 복합화력발전 부문의 수주 증가가 주목된다.

◆중동 플랜트 수주 2차 호황 기대석유화학 산업은 원유 탐사와 생산을 하는 업스트림(upstream)과 원유 정제와 수송 · 판매,각종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하는 다운스트림(downstream)으로 크게 나뉜다. 중동지역은 3분기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다운스트림 투자를 본격화한다. 사우디에서 60억달러 규모의 주베일 석유화학단지 입찰이 시작됐고,4분기에도 역시 60억달러 규모인 페트로라빅 2단계 석유화학단지 입찰이 대기하고 있다. 2007년에 이은 이번 2차 다운스트림 투자는 규모면에서 유례없는 수준으로 장기화할 전망이다.

중동국가의 대규모 다운스트림 투자 재개는 원유 수출형 경제모델이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오일머니를 벌어들였지만,국가의 부(富)가 개인의 부로 이전되지 못했다. 25세 인구 비중이 50%에 달하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인구구조하에서 높은 실업률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올초 소요사태의 주도 계층이 20대,특히 고학력 청년이었다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중동국들은 이에 따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다운스트림 투자에 나서고 있다.

다운스트림 투자에 나선 또 다른 이유는 자동차와 전자제품,철강산업 육성에 쓰일 기초 소재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국가 기반을 제조업으로 변화시켜 실업률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고용효과가 높은 자동차산업이 대표적이다. 사우디는 작년 6월에 첫 국산차인 '가잘 1(Ghazal one)'의 시제품을 공개했다. 앞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수출할 계획이다. 사우디는 연 50만대 자동차 수입국이다. 2013년에는 88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250억달러의 시장이다. 탄탄한 자동차 수요는 해외 메이커들의 사우디 생산 투자를 유발,궁극적으로 다운스트림 투자를 야기할 것이다. 자동차 1대당 자동차 무게의 15%에 해당되는 화학제품이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산업 클러스터의 확충이 철강과 전자제품 섹터로 이어지고 있다. 1분기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주한 사우디 마덴 알루미늄 플랜트가 그 예다. 사우디는 이어 '킹 압둘라 이코노믹 시티(KAEC)'에 44억달러 규모의 철강 클러스터 조성을 준비 중이다. 3분기에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10억달러의 ESI 철강플랜트가 발주될 예정이다. 산업 클러스터 조성은 다운스트림 투자로 귀결된다.

◆복합화력플랜트 수요도 증가

신흥국들이 전력난에 시달리면서 발전플랜트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국내 건설회사들이 진출 가능한 복합화력 발전플랜트 시장은 연평균 400억달러로 추정된다. 특히 중동 인도 동남아가 유망지역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중동의 복합화력 발전 시장은 175억달러,인도는 60억달러 시장으로 추정한다. 한국 기업들은 가장 큰 시장인 중동에서 올해도 50억달러 이상의 복합화력발전 공사를 딸 것으로 예상된다. 복합화력발전의 투자 확대기에 한국 기업들의 수혜를 점검하기 위해선 전력시장 자유화 바람을 타고 주요 시스템으로 자리잡고 있는 민자 발전의 트렌드를 고려해야 한다. 화공플랜트와 달리 복합화력발전의 EPC(발전소의 설계,기자재 조달,시공을 다 맡는 계약 방식) 수준은 일본이나 유럽,한국이 모두 비슷해진 상황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이나 해양플랜트처럼 EPC에 진입장벽이 있거나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시장이 아니라면 발주처는 총 사업비를 낮출 수 있는 회사를 공급자로 선정할 것이다.

일본은 저금리를 이용한 자본력으로 시행사로서는 강하지만 EPC 능력은 상실한 지 오래다. 유럽 역시 오랜 발전운영 능력으로 시행 점유율이 높지만,일본보다 자금조달 지원 능력이 처진다. EPC 경쟁력 역시 한국보다 낮다. 반면 한국은 세계적인 EPC 경쟁력을 보유한 상태에서 개발역량을 보완해 민자 발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다. 한국 건설사들은 발전 EPC에 대한 경험 누적으로 각종 기자재 조달과 종합기획 능력에서 탁월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시장 변화의 최대 수혜주는 삼성물산으로 판단한다. 대우건설도 장기적으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에 인수된 뒤 든든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개발형 민자발전사업에 진출할 토대를 마련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kyungja.lee@truefrie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