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그룹 감사ㆍ인사팀장 이례적 동시 교체

● 49세 인사팀장·51세 감사팀장…삼성, 인사쇄신 '초긴장'

조직혁신 폭풍 예고
기존 핵심 인맥과 거리…8월 경영진 인사평가 촉각

李회장 의중은
느슨해진 기업문화 혁신…연말 인사가 분수령 될 듯

"사람 다루는 업무 책임자를 둘 다 바꿨는데,그게 뭘 의미하겠는가. "

15일 삼성의 인사 조치를 지켜본 계열사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삼성그룹 70개 계열사의 경영진단(감사)과 인사를 총괄하는 두 명의 책임자를 한꺼번에 교체한 점에서 이건희 회장이 염두에 둔 '쇄신'이 생각보다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될 것이란 얘기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이날 삼성미래전략실 인사는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 회장이 삼성테크윈 내부 비리를 강하게 질책하면서 충분히 예상됐던 경영진단팀장(감사팀장) 교체에 더해 인사지원팀장까지 바꿨다는 점에서다. 조직 내 부정 · 부패 감시 강화와 함께 인적 쇄신의 예고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내놓은 신경영 선언에 이은 '제2 신경영'을 시작하려는 신호탄이란 관측도 많다. ◆고강도 인사쇄신,조직혁신 신호탄

삼성 관계자는 미래전략실 인사에 대해 "새로 전면에 배치된 팀장들의 면면을 보면 이 회장이 그리는 변화의 방향을 알 수 있다"며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쇄신'과 '젊은 삼성'"이라고 말했다. 외형상으로는 이 회장의 질책에 대해 책임선상에 있는 미래전략실 팀장 두 명이 자진해서 사의를 표명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얘기다. 삼성 내에선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대대적 인적쇄신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새로 선임된 두 명의 팀장급 이력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신임 경영진단팀장인 정현호 삼성전자 부사장은 2003~2007년 그룹 전략기획실에 몸담았지만 이후 삼성전자 본사와 현장사업부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이 회장이 테크윈 내부 비리 적발 이후 감사책임자 직급을 높이라는 지시에 따른 인사다. 이와 동시에 '기존 그룹 컨트롤타워 인맥'과 비교적 거리가 있는 인물이란 점에서 '감사를 제대로 해도 후속조치가 미흡하다'는 이 회장의 생각에 부합한다는 평가도 있다. 신임 인사지원팀장 정금용 전무의 발탁도 이례적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인사지원팀장까지 바뀔 줄은 몰랐다"며 "삼성전자에서만 25년 넘게 인사업무를 해온 정 전무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기존 인맥을 탈피해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삼성 내부에선 당장 오는 8월 시작되는 계열사 임원 인사평가가 정 전무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 사람의 나이도 비교적 젊은 편이다. 정 부사장은 전임 이영호 전무보다 직급은 높지만 나이는 한 살 어리고,정 전무도 전임 정유성 부사장에 비해 여섯 살이나 어리다. 작년 말 사장단 인사에 이어 미래전략실 팀장을 '젊은 피'로 교체해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회장이 그리는 '큰 그림' 뭘까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인사지원팀장 교체로 삼성의 조직 · 인사쇄신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전임 경영진단팀장인 이영호 전무와 인사지원팀장인 정유성 부사장은 소속사인 삼성전자로 복귀하게 됐다. 그룹 관계자는 "두 사람은 새로운 보직을 맡게 될 것"이라며 "(두 사람의 원대복귀로) 연쇄적인 인사이동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로써 이 회장의 조직쇄신 주문 이후 인사조치된 고위 임원은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삼성카드 최고재무책임자(CFO) 최모 전무 등 4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삼성은 조만간 그룹 감사팀 인력을 보강하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주도 아래 감사팀장 교체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삼성 내에선 미래전략실 팀장을 두 명이나 바꾼 것과 관련,이 회장의 구상이 뭘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로는 인적 쇄신을 통해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인 것 같다"며 "한두 달 사이에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느슨해진 조직문화를 바로잡고 문제있는 인력을 인사조치하는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내달 7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IOC총회에서 동계올림픽 개최 여부가 결정된 뒤 이 회장이 새 경영구상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말 인사가 제2 신경영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