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염진통제·종합 감기약, '약국 외 판매' 더 논의키로

● 의약품분류小委 첫 회의

복지부 "일본 사례 등 연구, 의약외품 전환 44종 선정"
약사회 "정치적 결정" 반발…제약社 "유통망 확대" 환영
국민의 의약품 구매 불편 해소를 위해 2000년 7월 의약분업 시행 이후 11년 만에 처음 열린 15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위원회는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았지만 제도 개선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국민의 약 구매 편의성과 의약품 복용의 안전성 확보,의 · 약 이익단체 간의 의약품 유통 · 처방권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지만 여론이 지켜보고 있어 의외로 빨리 합의안을 이룰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전격적인 의약외품 목록 발표

정부가 이날 44개 의약외품 전환 품목을 발표한 것은 일반약의 약국외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빗발치는 여론에 밀려 서둘러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44개 품목 중 박카스D,구론산바몬드에스,까스명수,위청수,미야리산유정,안티푸라민,마데카솔 등을 제외하면 23개 품목이 2009년도 생산실적이 없는 품목이어서 정부가 약사 반발을 최소화하며 소비자를 위해 노력했다는 표시를 남기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약사회 측 약심 위원인 박인춘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44개 품목 리스트를 소위가 열린 후에야 처음 받아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며 "보건복지부가 여론에 밀려 정치적 결정을 내렸으며 너무 많이 몰아친 회의였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또 "박카스의 경우 커피음료와 달리 무수카페인이 들어있어 심장을 강하게 뛰게 하는데 슈퍼 등에서 판매돼 복용량이 폭증하면 국민건강에 이로울 게 없다"고 지적했다.

◆자유판매약 분류 신설 난항 예고소비자들이 가장 희망하고 있는 소염진통제 및 종합감기약 등의 '슈퍼판매'는 소위 진행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약사법 개정을 통해 '자유판매약'이란 분류를 신설해야 하기 때문에 약사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의료계 약심 위원인 이재호 의협 정책이사는 "현행 약사법상 일반의약품은 안전성이 확보돼 의사 처방 없이 판매할 수 있는 것들임에도 복지부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약국외판매를 불허하면서 약심에 공을 떠넘기는 발상 자체가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

반면 박 부회장은 "의약외품과 달리 소염진통제 종합감기약은 중추신경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데다 간 손상 등의 부작용 우려가 있기 때문에 섣불리 약국외판매를 허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전문약,일반약 전환 밥그릇 싸움될까복지부는 약사회가 일반약이 의약외품 및 자유판매약으로 전환되는 반대급부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날 전환 가능한 전문약 품목을 예시했다. 잔탁 큐란 등 라니티딘 제제(위산분비억제제),로세릴(손발톱 무좀약),테라마이신안연고(항생제 눈연고) 등이다.

이재호 의협 정책이사는 "일반약이 의약외품이나 자유판매약으로 풀리면 분명 의사들의 진료수익이 줄어들겠지만 이를 감수할 것"이라며"국민의 의약품 구매 편의를 위해 타당성 있는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부회장은 "약사회는 일반약으로 전환 가능한 전문약 품목 리스트를 작성해 다음번 약심(21일)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의약품 재분류는 의약외품 일반약 전문약을 전체적으로 검토해 물흐르듯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소염진통제 및 종합감기약의 약국외판매는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의 폭에 따라 의약단체 및 시민단체의 정치적 협상에 의해 결정될 공산이 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유통망 확대는 환영할 일이지만 실제 매출 증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