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스토어' 주역, 백화점서도 일낼까

JC페니, 론 존슨 CEO로 영입
2001년 애플이 '애플스토어'를 내기 전까지 데이트나 기분 전환을 위해 PC나 휴대폰 매장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 지루했던 컴퓨터 매장을 현대적인 인테리어에 신기한 물건이 가득한 놀이터로 바꾼 소매 전략은 애플 신화 창조에 적지 않게 기여했다. 고객들은 이메일을 체크하거나 주변 식당의 메뉴를 검색하고 음악을 듣기 위해 애플스토어를 찾았고 그곳에서 경험한 제품을 구매한다.

이 같은 애플의 소매 혁신을 이끈 론 존슨 애플 소매부문 부사장(사진)이 미국 대형 백화점 체인 JC페니의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긴다. JC페니가 론 존슨의 성공 경험을 백화점 매장 혁신에 활용키로 한 것.JC페니는 오는 11월1일자로 존슨 애플 부사장을 CEO로 영입하고 현 마이런 울먼 CEO는 회장으로 승진한다고 14일 발표했다. 존슨은 "내 평생의 꿈이 대형 소매업체를 이끌어보는 것이었다"며 "JC페니 백화점을 업계 리더의 자리를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대형 할인점 타깃의 부사장으로 일하던 존슨은 2000년 스티브 잡스에 의해 발탁돼 애플에 스카우트됐다. 애플 제품은 애쓰지 않아도 팔린다고 판단한 그는 애플스토어를 제품이 아닌 경험을 파는 매장으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우수한 정직원들이 직접 1 대 1 고객 상담과 제품 수리를 해 주는 '지니어스바(Genius Bar)'도 그의 작품이다. 론슨의 전략은 적중해 애플은 전 세계에서 300개 이상의 애플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매장 당 평균 판매액은 3410만달러에 달한다.

뉴욕타임스(NYT)는 JC페니가 론슨에게 기대하는 건 '리테일테인먼트(Retailtainment)'라고 분석했다. 씨티그룹의 유통부문 애널리스트인 데보라 웨인스위그는 "우리는 유통과 재미가 만나는 매우 흥미로운 교차점에 있다"며 "론슨이 애플에서의 마술을 조금만이라도 JC페니에 적용할 수 있다면 유통업은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JC페니는 존슨이 애플에서 받기로 한 스톡옵션을 보상하기 위해 5000만달러 규모의 주식을 지급했다. 존슨은 이와 별도로 2017년 700만주를 주당 29.92달러에 살 수 있는 워런트를 5000만달러에 사들였다. JC페니의 주가는 이날 17% 급등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