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이 가장 변별력높은 골프대회인 까닭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골프대회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어느 대회일까.미국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를 드는 사람도 있고,US오픈을 꼽는 사람도 있다.

퀄리파잉토너먼트 최종전은 6일간 108홀 경기로 치러 상위 25명선을 가린다.체력과 선수들간 기량 다툼이다.그 반면 US오픈에 출전한 선수들은 세계 톱랭커들과 경쟁도 해야 하지만,가장 까다롭게 셋업된다는 코스와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그래서 US오픈을 ‘가장 힘든 골프 테스트’(Toughest test in golf)라고 칭한다.그만큼 선수들의 기량을 가장 잘 평가해 챔피언을 가린다는 뜻이다.16일 밤(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콩그레셔널CC 블루코스(파71·길이7574야드)에서 개막되는 제111회 US오픈이 ‘가장 변별력있는 골프대회’로 평가되는 이유를 따져본다. 무엇보다 샷 정확도를 존중한다.무작정 길게만 쳐서는 스코어를 낼 수 없다는 얘기다.정확도를 가늠하기 위해 러프를 ‘3단계’로 나눠놓았다.이른바 ‘차별화된 러프’(Graduated rough)다.페어웨이와 맞닿은 곳은 ‘인터미디에이트 러프’로 잔디길이가 2.2cm다.이곳에서는 볼이 반쯤 잠긴다.그 다음은 ‘프라이머리 러프’로 잔디길이는 7~8cm다.여기에 빠지면 볼 윗부분만 보인다.페어웨이에서 가장 먼 곳은 ‘메인 러프’로 잔디길이가 10cm 이상이다.볼 낙하지점을 주시하지 않으면 이곳에서는 볼을 찾기조차 힘들다.볼을 발견해도 치기 어려울 정도로 푹 잠긴다.

미국PGA투어의 일반 대회는 갤러리 통제용 로프를 페어웨이 가장자리에서 약 10m 밖에 친다.그런데 US오픈은 약 30m 밖에 친다.세 단계로 된 러프 밖에 로프를 설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갤러리들이 러프 안으로 들어오면 잔디를 밟아 러프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이런 3단계 러프 셋업으로 인해 볼이 퍼어웨이(평균 폭 25야드)를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불이익을 받게 된다.티샷 정확도가 높지 않으면 깊은 풀속에 잠긴 볼을 쳐내야 하고 그러면 파가 보장되지 않는 것.

그린은 ‘바위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단단하고 빠르다.미국골프협회(USGA)에서는 ‘스팀프미터’(볼을 굴려 그린 빠르기를 측정하는 기구) 기준으로 4.2~4.35m 수준으로 해놓았다고 한다.‘유리판 그린’이라는 마스터스(3.75m)를 능가한다.그 기준에 맞춰 잔디를 깎고 고온다습한 날씨까지 겹친 탓인지 대회를 시작하기도 전에 18번홀 그린은 누렇게 됐다고 외신은 전한다. 갤러리나 시청자들은 보기드문 ‘벙커샷 구경’도 하게 됐다.“볼이 벙커에 빠지면 ‘프라이드 에그’ 상황이 많이 나올 것이다” 마이크 데이비스 USGA 전무(코스셋업 담당)의 설명이다.이 골프장에는 모두 95개의 벙커가 있다.벙커샷을 잘 하는 세계랭킹 1위 루크 도널드나 랭킹 16위 최경주 등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이처럼 어려운 코스에서도 볼을 페어웨이에 떨구고 어프로치샷을 그린에 잡아두는 선수는 있게 마련이다.특히 볼을 똑바로 멀리 칠 수만 있다면 스코어 메이킹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다.어프로치샷을 페어웨이에서 하고,어프로치샷 클럽도 다른 선수들보다 짧은 것을 잡기 때문에 볼을 그린에 세울 수 있는 까닭이다.길이 523야드인 18번홀(파4)에서 ‘스트레이트 롱히터’의 진가가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그보다 32야드밖에 길지 않은 6번홀(파5·555야드)에서도 좁은 페어웨이를 뚫고 나가는 똑바른 티샷이 필수적이다.파5로는 짧은 편이나 볼이 페어웨이에 떨어지지 않으면 2온은 포기해야 한다.

US오픈이 다른 대회와 달리 변별력이 높은 또다른 이유는 독특한 연장전 방식에 있다.이 대회는 정규라운드에서 공동 선두가 나올 경우 아예 그 다음날(월요일) 다시 18홀을 치러 우승자를 가린다.2008년 이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와 로코 메디에이트가 18홀 연장전을 벌여 챔피언을 가렸다.마스터스 골프토너먼트가 서든데스 플레이오프를,USPGA챔피언십과 브리티시오픈이 각각 3,4홀 플레이오프 방식을 택하는 것과 대조적이다.72홀을 했어도 우열을 가리지 못한 선수들이 단 한 홀이나 3~4홀 경기로 단박에 승부를 정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판단에서다.번거롭고 비용이 들지만,그렇게 하겠다는 USGA의 발상이 고답적이다. 까다로운 코스 탓에 언더파를 내기가 힘들고 최근 10개 메이저대회에서 2승을 올린 선수가 없다는 점,그리고 ‘골프 황제’의 불참 등으로 인해 2011US오픈은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는 대회’(Wide-open Open)로 불린다.우승은 예측불허라는 얘기다.그렇지만 최후의 승자에게는 ‘운이 아닌,실력으로 우승한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 따를 것이다.


한경닷컴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