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젊은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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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을 입에 달고 사는 노인 김만석(이순재)은 새벽 우유배달을 하던 중 폐품팔이 할머니 송씨(윤소정)를 만난다. 매일 같은 시간에 마주치는 송씨를 퉁명스럽게 대하면서도 가슴속에선 연정이 싹튼다. 송씨의 생일을 맞아 만석은 머리핀과 케이크를 준비해 파티를 열어주면서 고백한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 강풀의 웹튠을 영화로 만들어 지난 2월 개봉한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개요다.
10여년 전만 해도 "주책없는 짓"이란 얘기가 나왔을 테지만 이젠 달라졌다. 보건복지부가 60세 이상 1만5000명을 대상으로 2009년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서 56%가 "노후 성생활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혼자 사는 노인도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에게 사랑은 추억이 아니라 현실이다. 인천시가 독신 노인끼리 짝을 맺어주기 위해 지난 3월 연 '합독제(合獨祭)'만 봐도 그렇다. "목민관은 혼자 사는 노인들이 함께 지내며 서로 의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다산의 '목민심서'를 보고 착안한 행사다. 100명 모집에 150여명이 몰려 자녀 동의서를 제출한 노인을 먼저 뽑았다. 26쌍이 맺어질 정도로 반응이 좋아 하반기에 또 열기로 했단다. 지난해 초 동교동계 인사들이 상도동 YS 자택으로 세배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저희도 70인데 대통령님은 여전히 멋지십니다"는 덕담이 나오자, YS는 이렇게 응수했다. "70이면 아직 애예요,애!"'애'까지는 몰라도 젊은이 못지 않게 힘과 의욕이 넘치는 노인이 숱하다. 일이든,사랑이든,놀이든 기회만 주어지면 달려들 준비가 돼 있는 '젊은 노인'들이다.
교보생명과 시니어파트너즈가 40~69세 남녀 1000여명에게 물어봤더니 70~74세는 돼야 노인세대로 진입한다는 응답이 54.4%에 달했다고 한다. 75세를 넘어야 한다는 대답도 14.4%나 됐다. 심리적 나이와 실제 나이 차이에 대해서는 36.9%가 6~10세 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호하는 호칭도 노인(2.3%)보다는 시니어(56.4%) 실버(22.1%) 등을 꼽았다.
문제는 이들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거다. 지난해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65세 이상은 542만명으로 5년 새 24%나 급증했다. 노인 인구 비율이 11.3%다. 그 비율은 2020년 15.6%,2050년 38.2%로 치솟을 것이란다. 단순히 복지확대 등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노인들에게 알맞은 역할 찾아주기가 우리 사회의 과제로 떠올랐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10여년 전만 해도 "주책없는 짓"이란 얘기가 나왔을 테지만 이젠 달라졌다. 보건복지부가 60세 이상 1만5000명을 대상으로 2009년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서 56%가 "노후 성생활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혼자 사는 노인도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에게 사랑은 추억이 아니라 현실이다. 인천시가 독신 노인끼리 짝을 맺어주기 위해 지난 3월 연 '합독제(合獨祭)'만 봐도 그렇다. "목민관은 혼자 사는 노인들이 함께 지내며 서로 의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다산의 '목민심서'를 보고 착안한 행사다. 100명 모집에 150여명이 몰려 자녀 동의서를 제출한 노인을 먼저 뽑았다. 26쌍이 맺어질 정도로 반응이 좋아 하반기에 또 열기로 했단다. 지난해 초 동교동계 인사들이 상도동 YS 자택으로 세배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저희도 70인데 대통령님은 여전히 멋지십니다"는 덕담이 나오자, YS는 이렇게 응수했다. "70이면 아직 애예요,애!"'애'까지는 몰라도 젊은이 못지 않게 힘과 의욕이 넘치는 노인이 숱하다. 일이든,사랑이든,놀이든 기회만 주어지면 달려들 준비가 돼 있는 '젊은 노인'들이다.
교보생명과 시니어파트너즈가 40~69세 남녀 1000여명에게 물어봤더니 70~74세는 돼야 노인세대로 진입한다는 응답이 54.4%에 달했다고 한다. 75세를 넘어야 한다는 대답도 14.4%나 됐다. 심리적 나이와 실제 나이 차이에 대해서는 36.9%가 6~10세 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호하는 호칭도 노인(2.3%)보다는 시니어(56.4%) 실버(22.1%) 등을 꼽았다.
문제는 이들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거다. 지난해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65세 이상은 542만명으로 5년 새 24%나 급증했다. 노인 인구 비율이 11.3%다. 그 비율은 2020년 15.6%,2050년 38.2%로 치솟을 것이란다. 단순히 복지확대 등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노인들에게 알맞은 역할 찾아주기가 우리 사회의 과제로 떠올랐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