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몽골과 북극성

필자는 국회 한국몽골친선협회장을 7년째 맡고 있다. 우연히 회장을 맡게 됐지만 요즘 몽골 관련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할 때면 전생에 몽골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느낌을 자주 갖는다. 그만큼 몽골을 사랑하고 몽골에 푹 빠진 것 같다.

몇 해 전 몽골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오찬을 함께했다. 대통령이 필자에게 '왜 몽골이 좋으냐'고 물었다.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선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 땅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자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몽골은 광활한 대륙에 인구가 적어 그 땅이 포근한 안식처와 같아 부럽다. 두 번째는 산과 들에 방목하는 동물의 모습에서 우리나라에서 느낄 수 없는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몽골의 모든 자연은 원초적 상태 그대로여서 모태와 같은 안락감을 줘 좋아한다"고 답하자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몽골의 때묻지 않은 자연은 아름답다. 그중에서도 밤하늘의 별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지난해 홉스콜이라는 호수를 갔을 때다. 하늘이 온통 별밭이었다. 철새떼가 서식지에 모이듯,티없이 맑은 몽골의 밤하늘로 저 멀리 우주에서 온갖 별들이 몰려든 느낌이었다. 넋을 놓고 한참 보다 보니 목이 뻐근해 팔로 목을 받쳐가며 하염없이 올려다봤다. 지난주 몽골 정부로부터 북극성 훈장을 받았다. 칭기즈칸훈장에 다음가는 훈장이자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이다. 그러나 그런 등급과 무관하게 몽골사람들이 북극성 훈장을 최고로 치는 것은 북극성에 대한 경의감과 친근감 때문이다. 유목민족에게 북극성은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이자 친구이며 보호자이다. 북극성은 유목민족에게만 특별한 것은 아닌 듯하다. 불신과 배신에 지친 현대인에게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한류바람을 몰고 온 인기 TV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북극성과 관련된 대사 때문이란다. 주인공인 민형(배용준 분)은 산속에서 길을 잃을까 걱정하는 유진(최지우 분)에게 "길을 잃었을 때는 폴라리스(북극성)를 찾아봐.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테니까"라고 말했다. 일본 여성들은 결코 변하지 않는 북극성과 같은 사랑을 속삭이는 주인공에게서 이미 잊어버린 절대,그리고 순수의 사랑을 확인하고 열광했을 터다.

시인 류시화 씨도 에세이에서 북극성을 노래했다. '나는 북극성에서 왔다. 봄날의 밤이면 특히 그 별이 내 머리 위에서 빛나곤 했다. 그러면 알 수 없는 신비의 힘이 느껴졌다. ' 이처럼 북극성이 갖는 의미는 다양하다. 순수,친근함,흔들림 없는 절대자,신비로움,나아갈 방향….거의 모든 나라 사람이 갖는 공통의 언어이며 이미지다. 필자는 지난주 훈장을 받으러 몽골에 가서 아예 몽골 이름을 지었다. 몽골말로 '알탄 가다스(Atan Gadas) 정(鄭)'인데 '북극성 정(鄭)'이란 뜻이다. 몽골사람들이 엄청 좋아했다. 북극성의 의미를 늘 새기면서 살고 싶다.

정장선 < 국회의원 js21m@cho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