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소나기에 코스 급변…오락가락 날씨 최대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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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폭염에 런 많아진 데다 그린 느려져 좋은 스코어 가능날씨가 올해 US오픈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대회장인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 콩그레셔널CC 블루코스(파71 · 길이 7574야드)는 연일 폭염이 계속되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면서 코스 상태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1라운드가 시작된 16일 밤(한국시간) 대회장에는 비가 내리며 찌는 듯한 더위를 잠시 잊게 했다. 예보에 따르면 1~2라운드에 폭염 속 폭우가 간간이 찾아오다 3,4라운드에 30도가 넘는 불볕 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비가 오면 러프가 빠르게 자라 날을 거듭할수록 러프의 위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으로 인해 잔디 상태가 최악이다. 17번홀 등 몇 개 홀 그린 주변의 풀들은 이미 죽어 US오픈 코스 상태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특히 미국골프협회(USGA)가 심혈을 기울인 그린은 이번 대회에서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단 폭우가 오면 그린은 물러져 공격적인 핀 공략이 가능해진다. 즉 최대의 장애물인 러프만 피한다면 예상보다 훨씬 좋은 스코어가 쏟아질 수 있다.
'유리알 그린'으로 조성하려던 의도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USGA는 그린 스피드를 스팀프미터(stimpmeter · 그린 속도 측정기)로 14~14.5피트(4.27~4.57m)에 맞춰 메이저대회 사상 가장 빠르게 조성하려고 했으나 연일 뜨거운 날씨가 지속되면서 이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폭염으로 그린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자칫 더 빠르게 할 경우 손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예상했던 것보다 그린이 빠르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일반 PGA투어 수준인 12피트보다 느린 10.5~11피트 정도.그린 스피드가 느려지면 경기 판도가 확 바뀐다. 프로들은 드라이버샷이나 아이언샷이 큰 문제가 아니다. 진정한 승부는 그린에서 판가름난다. 그렇기 때문에 느린 그린에 누가 빨리 적응하느냐가 우승의 향방을 결정짓게 된다.
여기에 뜨거운 날씨로 딱딱해진 페어웨이가 코스를 예상보다 짧게 만들고 있다. 볼의 런(run)이 많아지면서 7574야드로 US오픈 사상 두 번째 최장코스라는 명성까지 먹칠할 태세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