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머시 플린 회장 "美기업 '체력' 좋아졌다…더블딥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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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머시 플린 KPMG인터내셔널 회장 인터뷰
美대기업 효율성 높아져 재무건전성도 크게 향상
3차 양적완화 가능성 희박…IFRS 도입 더 늦어질수도
"미국 경제가 느리지만 견고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더블딥(일시회복 후 재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
티머시 플린 KPMG인터내셔널 회장(54)은 16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를 조심스럽지만 낙관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의 3차 양적완화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스 문제와 관련해서는 "유로존이 결국 고통을 분담키로 결론낼 것"으로 예상했다. 플린 회장은 "한국이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것은 아주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의 IFRS 도입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서울에서 열린 KPMG인터내셔널의 글로벌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다. 한국에서는 윤영각 삼정KPMG그룹 회장이 이사회 멤버다. KPMG는 세계 145개국에 회원사(멤버펌)를 거느린 글로벌 4대 회계컨설팅 회사다.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데.
"미국 경제는 높은 실업률과 부동산시장의 안정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본다. 최악의 상황은 이미 지났다.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조짐들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더블딥은 없을 것으로 본다. "▼미국 경제를 낙관하는 근거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기업들의 '체력'이 좋아졌다.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은 아직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효율성은 높아졌고 재무건전성도 좋아졌다. 이런 기업을 중심으로 다시 연구 · 개발(R&D) 투자가 늘어나는 등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 KPMG의 고객인 주요 기업들도 미국 경제가 더블딥보다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이달 말 2차 양적완화 종료를 앞두고 3차 양적완화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경제가 느리지만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3차 양적완화 정책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
▼그리스 문제가 세계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다. 구제금융안 역시 자본조달비용 등 다양한 이슈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책 입안자들도 시장의 반응을 먼저 살펴야 한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유로존이 고통을 분담하는 쪽으로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경제에 대해 평가한다면.
"KPMG의 글로벌 이사회가 올해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렸다. 이사회 멤버들에겐 한국 경제가 과거 10년간 얼마나 견고하고 성공적인 성장을 이뤄냈는지를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 한국 시장에서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기업들이 전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
▼한국은 올해부터 IFRS를 도입했는데 어떻게 보는지.
"IFRS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사용되는 수십 가지의 회계기준을 고품질의 공용언어로 통일한다는 데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이 강화되고 있는 한국이 선제적으로 도입했다는 것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긍정적이다. "
▼미국은 계속해서 IFRS 도입을 늦추고 있는데.
"공통된 회계기준을 만든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기존 회계기준(US-GAPP)과 어떻게 융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아직 진행되고 있다. 기존 US-GAPP와 다른 매출인식 방법 및 리스 적용시기 등 수많은 이슈에 대해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연말까지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
▼미국은 당초 2014~2016년 IFRS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준비기간이 얼마나 길어지느냐의 문제다. 도입시기가 더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신중하게 논의하고 있어 도입 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
▼KPMG인터내셔널 차원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특별한 전략이 있는가.
"한국은 KPMG에도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려 2015년에는 KPMG를 한국 내 1위 회계법인으로 올려 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프라 투자와 자유무역협정(FTA) 컨설팅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 티머시 플린 회장은미국 세인트토마스대 회계학과를 나와 1979년 미국 KPMG에서 회계사 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 미국 KPMG 회장을 거쳐 2007년 KPMG인터내셔널 회장이 됐다. 신흥국 중심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 KPMG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