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닛산, 러 최대車 업체 인수…'세계3위'로

푸틴 총리, 카를로스 곤 회장에 줄기차게 SOS
지분 25% 10억弗에 매입…소형차 생산기지로

프랑스의 르노자동차와 일본의 닛산자동차 연합이 러시아 최대 자동차 회사인 아브토바즈를 인수한다. 르노-닛산 연합이 아브토바즈를 자회사로 편입하면 독일의 폭스바겐을 제치고 세계 3위 자동차 회사로 한 계단 올라서게 된다. 르노와 닛산은 상대 회사의 지분을 서로 교차해서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하나의 회사다.

◆르노-닛산 세계 3위로니혼게이자이신문은 16일 "르노-닛산이 러시아 1위 자동차 회사인 아브토바즈의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기로 결정하고 최종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르노는 이미 아브토바즈의 지분 25%를 갖고 있으며 이번에 닛산이 추가로 25%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방침이다. 르노-닛산의 아브토바즈 주식 매입액은 최대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아브토바즈는 러시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한때 러시아 시장의 30% 이상을 장악했으나 외국 자동차메이커가 밀려들면서 조금씩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엔 르노로부터 10억달러를 긴급 수혈받기도 했다. 올해 1~4월 시장점유율은 23.3%로 낮아졌다.

르노-닛산의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면 세계 자동차 업계 순위도 바뀌게 된다. 작년 기준으로 르노-닛산의 글로벌 자동차 판매 대수는 671만대로 도요타자동차(842만대)와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 839만대),폭스바겐(714만대)에 이어 4위였다. 이번 인수로 아브토바즈(52만대)를 자회사로 끌어들이면 폭스바겐을 제치고 3위에 오르게 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닛산이 당초 10% 정도로 출자 규모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러시아 시장을 본격 개척하기 위해서는 경영권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인수를 최종 결정했다"고 전했다.

◆치열해지는 러시아 시장

르노-닛산의 아브토바즈 인수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갈수록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아브토바즈를 살리기 위해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에게 꾸준히 지분 확대를 요구해왔다. 러시아 정부는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대대적인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관세를 대폭 올려 수입차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대당 5만루블에 달하는 폐차 인센티브 정책의 효과가 자국 자동차메이커에 돌아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르노-닛산의 아브토바즈 인수도 러시아의 이런 자동차 산업 보호정책을 감안한 것이다.

르노-닛산은 아브토바즈 인수 후 러시아 중부 공장을 대폭 확장하고 이르면 내년부터 닛산 브랜드의 소형 승용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신흥국을 겨냥해 닛산이 개발 중인 초저가 자동차도 아브토바즈 공장에서 생산한다. 르노-닛산은 이와 함께 러시아를 전략 시장으로 정하고 2015년까지 최대 2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러시아 극동지역에 공장 신설도 검토 중이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